바이든, 이달중 핵심소재·부품 공급망 재편 명령에 서명
새 글로벌 공급망 짜 중국 의존체제 완전 재편
韓·日·대만 연계 반도체가 핵심..한국 고민 깊어질듯
美, 韓·日동맹국과 반도체·전기차 '中목조르기' 나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동맹국들과 연계를 강화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소재·부품의 공급망을 새로 짠다.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철저히 배제시켜 목을 조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 달 안으로 핵심 소재 및 부품의 공급망을 새로 짜기 위해 동맹국과 연계를 강화하고 국가전략을 수립하도록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을 배제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동맹국과 만들어 핵심 소재·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 체제를 완전히 바꾸려는 의도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입수한 대통령령 원안에 따르면 반도체 외에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료용품 등이 미국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현재 희토류의 80%, 의료용품의 90%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과 대만, 일본과 연계하고, 희토류는 호주, 아시아 각국과 협력할 방침이다.

중요 소재·부품 공급망의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품목을 서로 보완하면서 비상시 신속하게 빌려주고 빌려쓰는 체계가 검토될 전망이다. 동맹국간 추가 생산능력과 비축품을 확보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과의 거래를 줄일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것은 소재·부품 공급망이 국가 안전보장과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2018년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의 높은 소재·부품 의존도를 무기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토분쟁을 벌인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규제한 전례가 있다.

반도체는 중국이 무기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재·부품으로 꼽힌다.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를 보유한 나라는 한국, 대만, 중국, 일본, 미국 등 5개국 정도인데 중국의 점유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대만과 한국이 각각 22%와 21%로 1~2위, 일본과 중국이 15%씩 공동 3위, 미국이 12%로 5위였다. 중국의 생산능력은 2030년 24%까지 늘어나 한국과 대만을 누르고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의존도를 방치했다가 무역규제를 당하면 국가안보가 휘청거릴수 있다는게 미국의 우려다.

반면 미국이 한국·일본·대만 등 반도체 강국과 연계하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 점유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우리나라에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선택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불거지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도 미국 정부가 공급망 재편에 나선 계기로 분석된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공급망을 새로 짜는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장 먼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회사인 TSMC의 공장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TSMC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얻어 건설하는 공장에서 2024년부터 군사용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일본, 대만, 호주 등 기술과 자원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동맹국에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이 역시 대만과 연계가 가장 빨랐다. 미국과 대만은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양국 고위급 회담을 열어 반도체와 5G 고속통신규격 등 7개 분야에서 연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과 대만의 관계 강화에 호응해 일본도 지난해부터 경제산업성 주도로 TSMC의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일본·대만의 공급망을 강화하면 유사시에도 첨단 반도체를 확보하기 수월해 진다는 계산이다. 일본 정부는 TSMC 유치를 위해 2000억엔(약 2조112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희토류는 호주와 아시아 국가들을 활용해 '탈중국'을 시도하고 있다. 호주 생산업체 라이너스는 미 국방부의 자금원조를 받아 텍사스주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세계 1위를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LG화학, 파나소닉과 연계하는 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당분간 핵심 소재·부품을 어느 나라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 현황을 파악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동맹국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조사 이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을 목조르는 미국과 동맹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이 실현되면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웨이가 세계 1위를 달리는 5G 분야와 같이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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