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 어젠다 신뢰 잃어"…코로나 대응실패 속 여론 악화할듯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경영에 개입한 것과 관련해 금융시장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의 연료 가격 결정 방식을 비판하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한 데 이어 다른 국영기업의 경영진도 손 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개입으로 현 정부가 내세워온 자유주의 경제 어젠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가솔린과 디젤유 가격 인상 결정을 비판한 것을 두고 트럭 운전사 파업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대통령 국영기업 경영개입에 반발 확산…집단소송 움직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9일 호베르투 카스텔루 브랑쿠 현 페트로브라스 CEO를 군 장성 출신의 조아킹 시우바 이 루나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스텔루 브랑쿠는 대서양 심해유전 개발과 부채 축소를 통한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는 등 시장 친화적 인물로 평가돼 왔다.

카스텔루 브랑쿠를 내치고 에너지 분야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CEO에 임명한 것을 두고 집권 세력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경영 개입에 전날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가 4.87% 하락한 가운데 페트로브라스를 비롯한 국영기업과 국영은행 주가는 급락했다.

페트로브라스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지난 19일과 전날 2거래일만에 200억 달러(약 22조 원) 감소했다.

국영은행 방쿠 두 브라지우와 국영상수도회사 사베스피(Sabesp) 주가는 11% 넘게 하락했다.

국영전력회사 엘레트로브라스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브라질 대통령 국영기업 경영개입에 반발 확산…집단소송 움직임
페트로브라스 투자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페트로브라스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의 무리한 경영 개입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맡은 변호인은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를 통해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확산과 늦어지는 백신 접종, 긴급재난지원 축소, 총기 소유 규제 완화 등에 이어 국영기업 경영 개입까지 악재로 등장하면서 보우소나루 정부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MDA가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보우소나루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32.9%, 보통 30.2%, 부정적 35.5%로 나왔다.

지난해 10월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긍정적 평가는 41.2%에서 8.3%포인트 떨어졌고, 부정적 평가는 27.2%에서 8.3%포인트 올라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도 나빠졌다.

지난해 10월 조사와 비교해 긍정적 평가는 52%에서 43.5%로 내려갔고, 부정적 평가는 43.2%에서 51.4%로 올라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