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자체 생산 못 해 의미 있는 도움 못 주지만 상징적 물량 인도"
"예루살렘에 대사관 설치 의향 밝힌 온두라스·체코· 과테말라가 대상"
이스라엘 "남는 백신 남 준다"…"예루살렘 대사관 유치 목적"(종합)
전 국민의 절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한 이스라엘이 잉여 백신을 다른 나라에 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번 백신 제공이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백신을 요청한 일부 국가에 남는 백신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명은 "여러 국가에서 백신 제공 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백신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본국의 접종이 끝날 때까지는 의미 있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다만 "현 보유량 가운데 상징적인 물량을 팔레스타인과 다른 백신 요청 국가에 보낼 예정"이라며 "수천 회 분량의 백신은 이미 라말라(요르단강 서안)로 향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백신 제공 대상에는 중미 온두라스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날 온두라스에서 온 비행기가 백신을 실어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공영 방송 KAN은 체코와 과테말라도 이스라엘의 백신 제공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온두라스와 체코, 과테말라는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직 당시 미국이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전한 예루살렘에 대사관 설치 의향을 보였던 나라들이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백신 제공도 대사관 유치의 한 절차로 진행됐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을 비밀리에 대신 사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수감자 교환을 성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남는 백신 남 준다"…"예루살렘 대사관 유치 목적"(종합)
또 당시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관계자와 면담에서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수단으로 불특정 국가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외교의 수단으로 백신을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백신 제조업체인 화이자에 접종 관련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가로 조기에 대규모 물량을 확보한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19일 접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체 인구(930만 명)의 약 48%에 달하는 446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쳤고, 약 33%에 해당하는 307만 명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분쟁 대상인 팔레스타인에는 백신을 주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의료진을 위해 5천 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기로 하고, 최근 2천 회분을 인도한 바 있다.

한편, 이스라엘이 빠른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물량을 공급해준 화이자의 앨버트 부를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달 8일 네타냐후 총리 초청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친구인 부를라는 나에게 화이자 백신을 지속해서 공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주 이내에 기존에 주문한 화이자 백신 물량 가운데 마지막 인도분을 받기로 되어 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 방문하는 부를라 CEO와 현지 백신 생산 시설 및 연구개발(R&D) 센터 건립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