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장관·의원 등, 차례 오기 전에 코로나 백신 접종
아르헨 'VIP 새치기 접종' 스캔들 확산…30대 장관도 이미 맞아
아르헨티나에서 정부 고위층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새치기 접종 스캔들이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전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공립병원에서 정부 주도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공직자 등 7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엔 지난달 언론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백신을 맞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접종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에두아르도 두알데(79) 전 대통령은 아내, 딸들과 함께 백신을 맞았고, 현직 상·하원 의원들의 이름도 명단에 있었다.

펠리페 솔라 외교장관과 더불어 38세의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도 백신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들여와 의료진에게 투여를 시작했으며, 최근 70세 이상 일반인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경우 상징적인 의미에서 초반 접종 대상이 되길 자처했으나, 나머지 장관 등은 접종 순서를 어긴 셈이다.

명단에 포함된 이들 중 일부는 '특권'을 이용한 새치기 접종이 결코 아니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구스만 장관 측은 일간 라나시온에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 동행을 앞두고 대통령 의료팀의 요청에 따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VIP 백신 접종 스캔들'로 불리는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19일 한 70대 언론인이 히네스 곤살레스 가르시아 당시 보건장관과의 친분을 이용해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었다.

보건장관은 곧바로 경질됐다.

페루에서도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과 보건·외교장관 등 고위층들이 의료진보다도 먼저 몰래 백신을 맞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