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술주 '깨달음의 순간' 왔나…캐시 우드에 쏠리는 눈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자 기술주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는 0.09% 상승했지만, S&P 500 지수는 0.77%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46%나 폭락했습니다.

이는 금리 오름세 탓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아침 연 1.393%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예상보다 빠른 상승세가 이어지자 시장 참여자들은 놀라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2013년 나타났던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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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요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로 예상되던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 연설이 지난 주 연기되면서 월가에는 인프라딜을 더해 3조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패키지'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원래 연두교서 연설에서 민주당 입장만 늘어놓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늦추고 있다는 건 공화당과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걸 뜻한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14일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 계획'을 발표하면서 2월에는 인프라 부문에 초점을 맞춘 '회복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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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월가 은행들은 줄줄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존 6%에서 6.5%로 높였습니다. 또 내년도 4.5%에서 5%로 올렸습니다. 이유는 당초 1조 달러로 예상되던 부양책 규모가 1조7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이유입니다. JP모간의 경우 미국이 'V'자형 회복을 보이면서 올해 3분기부터 중국보다 더 높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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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1분기의 경우 애틀란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9.5%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7.5%, 골드만은 6%로 전망합니다.

여기에 백신 효과도 확실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8일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영국에선 54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고령자의 병원 입원율이 각각 85%와 9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3월 8일에 대부분 학생들이 등교하는 걸 시작으로 4단계에 걸쳐서 6월 21일까지 봉쇄를 모두 해제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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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경기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금리 상승세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금리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증시 전체보다는 기술주에 집중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애플 2.98%, 마이크로소프트 2.68%, 아마존 2.13% 하락했고 테슬라는 무려 8.55% 폭락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지난 9월 말 주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애플 테슬라 모두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또 펠로톤 9.99%, 줌 5.49%, 플러그파워 13.04%, 퓨엘셀에너지 11.62%, 니오 7.92% 등 고평가 기술주들도 동반 급락했습니다.

반면 아메리칸에어 9.42%, 델타항공 4.53%, 카니발 5.61% 등 여행관련주가 폭등했으며 은행주 에너지주 등도 상당 폭 올랐습니다. 이른바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에 베팅하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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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과 비교해 주식의 투자 매력도 반감된다는 점에서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에도 부정적이지만, 특히 그동안 저금리 혜택을 누려온 고성장 기술기업에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미래 성장에 대한 상대적 매력도 줄어들게 됩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는 1.35~1.36% 수준에서 움직였습니다. 유럽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의회 전체회의에서 "장기 명목 국채수익률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게 알려진 겁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 이후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하락했고,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 초반 급락하던 다우 지수가 상승 반전하는 등 그나마 안정을 찾은 건 라가르드 발언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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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참여자들은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3일 밤 12시) 미 상원에서 열리는 제롬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증언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라가르드와 비슷한 발언을 내놓기를 바라는 것이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원 의원들은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에서 나타나는 투기적 현상이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때문이 아니냐며 질의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어떤 발언을 내놓을까요?

그동안 파월 의장은 수 차례에 걸쳐 지속적인 물가 상승세는 보이지 않는다며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자산 버블에 대해서도 "저금리 상황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는 초연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월가 대다수는 파월이 이런 입장을 바꿀 것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아직 경제 재개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통화정책을 손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금리 상승을 문제라고 보지 않으며, 장기 금리는 여전히 낮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해선 근본적 변화는 없으며, 디스인플레이션 역풍도 여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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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월이 완전히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준다면 금리 상승세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며칠 새 금리가 10~20bp(1bp=0.01%포인트) 움직이는 건 일도 아니다"면서 "파월이 경기 과열 가능성 등을 방관할 경우 순식간에 1.5% 근처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구두로 금리 상승세를 한 번 눌러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 일부에선 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장기 채권 매입을 확대하는 등 조치에 나서겠다는 힌트를 줄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발언이 과도할 경우도 문제입니다. 조기 테이퍼링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은 더욱 요동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시장에선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4~5월이면 경제 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할 것이고, 대규모 부양책이 나올 테니까요.

이번주 말엔 하원에서 먼저 재정 부양책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지난 18일 "하원이 다음주 부양책을 승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기술주에도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 올 들어 에너지가 약 20%, 은행주가 약 18%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FAANG'주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사상 최고가에서 15% 이상 떨어진 상태이고 애플 11%, 아마존도 10% 가량 내린 상태입니다.

빌 게이츠 재단은 지난 4분기 보유하던 알리바바와 우버 주식을 전량매도하고 애플의 보유량도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에서 벌써 기술주 보유량을 감축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개미들 사이에 '퀸 캐시' '머니 트리' 등으로 불리우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지난 18일 CNBC에 출연했습니다. 당시 '금리로 인한 기술주 조정 가능성'에 대해 그녀는 기술주가 조정을 받고 증시에 공포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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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는 "만약 금리가 급격히 상승한다면 우리는 주식 밸류에이션 재설정을 보게 될 것이고, 우리의 포트폴리오가 당연히 이런 가치재설정의 주요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20년간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은 20~25배에서 정점을 찍는 경향이 있다. 지금 가치가 정점을 찍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주가 밸류에이션의 재설정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공포(Fear)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S&P 500 지수는 P/E는 22.2배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아크펀드들이 보유한 기술주에 대해 강력히 변호했습니다. 우드는 "우리는 그 조정을 우리가 확신하는 주식들을 더 사서 포트폴리오를 집중시키는 데 쓸 것이다. 나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다섯 가지 혁신 플랫폼(펀드)가 보유한 주식들의 강력한 성장 궤적을 고려할 때, 상승률은 매우 강력해서 이들의 P/E는 현재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늘어날 것이다. 그게 우리의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가가 단기 하락할 수 있겠지만 주식을 더 사는 기회로 삼겠다는 겁니다. 실제 최근 팰런티어가 지난 18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자 우드는 680만주(1억7200만 달러)를 추가 매입했습니다. 이에 지난 19일 주가는 15% 넘게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팰런티어는 다시 3.45% 하락했습니다.

우드의 아크 펀드에는 지난 1월 약 82억 달러에 이어 2월에도 벌써 70억 달러 가까이가 유입됐습니다. 이에 따라 아크인베스트먼트의 5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자산은 580억 달러로 폭증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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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혁신적인 기술주에 집중 투자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자금 유입으로 매수 규모를 확대하자 벌써 25개 기업에서 아크의 지분이 10%를 넘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우드의 펀드는 일부 기술주를 집중 매입했기 때문에 기술주가 급락할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며 "실적이 나빠지면 환매 요구가 급증하면서 또 다시 기술주들을 팔아야하는 악순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면 기술주 주가 하락세는 가속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날 우드의 대표적인 펀드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 Innovation ETF)는 5.79%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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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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