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 "시리아로 백신 전달 안해…푸틴에 감사"
군 라디오 "네타냐후, 외교 수단으로 백신 거래 고려 언급"
"이스라엘, 시리아와 수감자 교환 위해 러시아 백신 대리구매"(종합)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비밀리에 대신 사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수감자 교환을 성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교환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1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하고, 러시아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시리아로 보내는 방법으로 수감자를 교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은 17일 러시아의 중재로 시리아에서 체포된 이스라엘 민간인 여성 2명과 이스라엘에 구금된 시리아 민간인 2명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 2명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원주민이며, 이스라엘 여성 2명은 실수로 시리아의 쿠네이트라 지방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협상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고 SANA통신은 백신 대리구매 협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과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로 백신을 전달하지 않았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더는 부연하지 않겠다"라고만 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자국민 석방을 도와달라고 직접 2차례 요청했다.

"이스라엘, 시리아와 수감자 교환 위해 러시아 백신 대리구매"(종합)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외국 언론의 보도 후 인질 석방 조건에 관한 '비공개 명령'(gag order)을 풀었지만, 러시아와 맺은 합의서에 백신 관련 이슈는 비밀로 하자는 규정이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라고 전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고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불법 점령했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스라엘의 적성국인 이란의 후원을 받는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알바샤르 정권의 최대 후원자이지만, 이스라엘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코로나19 위기가 결과적으로 두 적성국의 인도적 외교의 지렛대가 된 셈이다.

이스라엘은 전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빠르게 접종하는 곳이며 11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백신 접종은커녕 방역 정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다.

NYT는 그러나 양국의 이번 협상 소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스라엘은 인구 280만 명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고작 수천 회분의 백신을 공급했고, 200만 명이 사는 가자지구에는 지난주 첫 백신 접종분의 수송을 지연시켰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와 수교를 맺는 수단으로 백신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이스라엘군 라디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관계자와 면담에서 이스라엘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수단으로 불특정 국가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국가들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이후 수단, 모로코 등과도 관계를 정상화했다.

다만, 이스라엘 외무부는 자체 접종을 위해 필요 이상의 백신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자국민에 대한 접종이 완료된 이후 잉여 물량을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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