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취임 후 첫 ‘국제무대 데뷔전’에서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폐기를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에 맞선 ‘민주주의 국가의 연대’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뮌헨안보회의 개막 연설에서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너무나 많은 곳에서 민주주의의 전진이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부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까지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처하는 데 독재정치가 최선이라는 이들과 민주주의가 필수적임을 이해하는 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며 “반드시 민주주의가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에 함께 대비해야 한다”며 “국제 경제 시스템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중국 정부의 경제력 남용과 강압에 맞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강하고 긴밀한 대서양 공동체와의 협상보다 개별 국가를 위협하고 괴롭히는 게 더 쉽기 때문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냉전 체제’로의 복귀에는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사적인 반대와 융통성 없는 냉전 블록으로 돌아갈 수도, 돌아가서도 안 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글로벌 이슈에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인정했다.

뮌헨안보회의는 매년 열리는 국제 안보 포럼으로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고, 대서양 동맹이 돌아왔다. 하나(의 국가)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며 집단 안보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일 주둔 미군 철수’ 계획도 중단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전 비공개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귀환’과 동맹 복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처에선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백악관은 G7 정상회의 전 배포한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백신 구매와 배포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총 40억달러(약 4조4260억원)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자유진영 지도국으로 완전히 돌아왔다”며 “환상적 움직임”이라고 환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미국과 유럽 간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에 대한 대응에선 미국과 유럽 간에 시각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유럽)가 나토 안에서 미국에 너무 의존하면 우리 국경을 스스로 더는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며 ‘안보 자립’을 역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는 피할 수만은 없는 유럽의 일부”라며 러시아와의 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위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프레드릭 켐프 회장은 CNBC 기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을 결집시키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단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주요 경제대국 중 코로나19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 경제를 회복시키고 백신 외교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려면) 바이든 행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창조적이고 집중적이며 협력적인 아시아·유럽 동맹과의 주고받기식 접근법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유럽과 스크럼을 짜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독자적 경로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