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북 초청' 사무차장에 '김정은과 마주 앉겠다' 극비 메시지"
"트럼프의 정상회담 수락에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엄청나게 놀라"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지난 2017년말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극비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세계와 맞서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펠트먼 사무차장의 증언을 토대로 이러한 사실을 전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2017년 12월 5∼9일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과 박명국 부상,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 등을 면담했다.

그는 방북 뒤 언론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에 참가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의사도 함께 전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그는 BBC에 "북한이 나를 초청했을 미 국무부는 만류했다"라며 "하지만 몇 주 뒤 유엔 사무총장이 백악관에 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엇이 가능할지, 얼마나 위험한 지 등을 (트럼프 대통령과) 의논했다"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당시 대통령에게 "펠트먼이 평양으로 오라는 묘한 초청을 받았으며 그가 북한과 정치적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펠트먼이 평양에 반드시 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김정은과 기꺼이 마주 앉겠다는 것을 북한 측에 말해야 한다"라며 이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한 지 불과 한 달 뒤였다.
"유엔사무차장,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의사 2017년말 北에 전달"

펠트먼 사무차장은 "방북 당시 나는 임박한 전쟁을 정말로 걱정했다"라고 회고하면서 리용호 외무상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하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비밀리에 전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잠시 침묵한 뒤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왜 당신을 믿어야 하느냐"고 말했고 이에 펠트먼 사무차장은 "자, 나를 믿어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다.

유엔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것이고 내가 그 전달자다"라고 답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김정은은 트럼프의 메시지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몇 달 뒤 김정은은 한국 측에 트럼프를 만날 준비가 됐다고 말했고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정의용)이 미국으로 달려가 이 뉴스를 전했다"라고 BBC에 말했다.

당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BBC에 "(정 실장의 전갈에) 트럼프가 '좋다'라고 답하자 정 실장은 의자에서 떨어질 뻔할 만큼 엄청나게 놀랐다"라며 "정 실장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을 설득하기 어려울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조금 더 길게 (미국의) 압박을 느끼도록 하는 게 낫다고 느꼈지만 대통령은 물론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펠트먼 사무차장이 북한 측에 비밀 메시지를 전달한 지 반년만인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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