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 경쟁에서 뒤처진 일본 제약업체들이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최대 제약업체인 다케다(武田)약품공업은 위탁생산 방식으로 국내에 공급할 미국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이달 중 시작할 예정이다.

영국에서 마지막 단계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노바백스 백신은 89.3%의 예방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발표됐다.

전열 정비하는 日제약계, 코로나 백신 생산·개발 채비 본격화
다케다약품공업은 야마구치(山口)현 히카리시(市) 공장에서 노바백스의 기술로 연간 2억5천만 회분(1억2천500만 명분) 이상의 백신 생산 체제를 갖추고 올 하반기 중 국내에서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다른 백신 생산 시설이 있는 히카리 공장의 개조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5대 제약업체에 속하는 다이이치산쿄(第一三共)는 화이자 백신과 같은 유형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자궁경부암 전용으로 개발한 백신을 응용해 만든 이 백신의 초기 단계 임상시험에 내달 중 착수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제약그룹인 메이지홀딩스 산하의 KM바이오로직스 등 일본 제약업체 4곳이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에 들어갔거나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제약업체가 백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자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업체 3곳과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중견 제약업체인 JCR파마(제약)가 일본 공장에서 위탁생산해 공급하고, 나머지 2개 업체의 백신은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열 정비하는 日제약계, 코로나 백신 생산·개발 채비 본격화
코로나19가 계절성 인플루엔자처럼 유행이 반복되면 정기 접종이 필요해져 자국 내 생산을 통한 안정적인 백신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0년도 3차 추경 예산에 백신 개발·생산 지원용으로 1천200억 엔(약 1조2천600억 원)을 반영했다.

그러나 일본 업체 개발 백신의 실용화에는 해외 임상시험 경험과 노하우 부족 등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화이자를 포함한 미국과 유럽의 4대 제약사가 세계 백신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는 과점 체제에서 일본 제약 대기업들의 위상은 초라한 수준이다.

닛케이는 백신 전문가인 시부야 겐지 킹스칼리지 런던 교수 말을 인용해 "일본의 백신 정책과 산업은 세계에서 뒤떨어져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 개발·수출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일본 업체의 경쟁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