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콘조이웨알라, 남아공 방송 인터뷰…"무역분쟁 해결기구 보완이 급선무"
신임 WTO 수장 "코로나19 백신, 개도국서 라이선스 생산해야"
세계무역기구(WTO)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신임 사무총장이 1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 개도국에 라이선스(면허)를 줘서 빨리 생산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인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방송인 SABC의 풀뷰 프로그램과의 20분 가까운 인터뷰에서 "WTO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70억이 넘는 세계 인구 전체에 해당하는 백신을 소수의 제약사가 한꺼번에 만들 수 없는 만큼 폭넓은 라이선스 생산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죽어가는 마당에 치료제 및 백신의 특허 공유 논쟁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면서 이 같은 타협책을 제시했다.

그는 팬데믹이라는 긴급 상황에서 WTO가 지식재산권 문제에서 더 큰 융통성을 발휘해 의약품 등의 수출제한도 원활하게 풀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과거 남아공이 제약사들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를 획기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 성공한 사례를 언급했다.

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선진국과 개도국 진영 간 대립 등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WTO의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개혁을 어떻게 이룰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작은 것부터 신뢰를 하나하나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 예로 현 어업 보조금 협상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론했다.

신임 WTO 수장 "코로나19 백신, 개도국서 라이선스 생산해야"
이어 현재 기능 정지 상태에 있는 WTO 상소기구 등 무역분쟁 해결기구를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이를 통해 미중 등 모든 무역분쟁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금씩 진전을 이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이기도 한 그는 과거 나라들 사이에 무역 분쟁은 전쟁을 통해 해결됐지만, 지금은 WTO라는 갈등 해결 기구가 있다면서, 미중 갈등에 대해서도 "무역에서 좀 더 건설적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무역은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아프리카 등에서 중소기업들이 지역 및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불평등과 삶의 질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이코노미를 강조하면서 이커머스를 통해 특히 여성들이 인터넷에서 상품을 파는 것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도 얘기했다.

그는 올해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로 운영에 들어간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에 대해 "기념적 성취"라면서 세계 무역에서 아직 비중이 낮은 아프리카도 상품과 사람, 서비스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아프리카의 전력난이 제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인프라 투자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고, 이를 통해 일례로 의약품의 90%를 수입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개선함으로써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총장은 자신의 20년 가까운 국제무대 경험을 살려 WTO 내에서 합의가 이뤄지도록 인내를 갖고 노력하겠지만 백신과 의약품의 신속한 배포 등은 인내하지 않고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최초의 여성 WTO 수장인 그는 또 여성으로서 리더십 자리를 맡는 데 많은 도전이 있다면서, 그러나 남성 지도자들을 무조건 흉내 낼 것이 아니라 여성의 특색을 살리는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에 대해 백신이 남아돌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즉각 가난한 나라들에 백신 공여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dpa통신이 20일 전했다.

그는 오는 3월 1일부터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