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장례식·22일 파업, 쿠데타 반대 시위 분수령 될 듯
국제사회 비판도 거세져…미성년자 체포했다 풀어주기도
"내가 카인이다" 미얀마 시위 사망자 추모 물결(종합)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사경을 헤매던 여성이 지난 19일 숨지자 온·오프라인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다.

20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실탄 사격으로 뇌사에 빠졌던 카인(20·여)이 전날 운명하자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내가 카인이다"라며 그를 기리는 글이 수없이 올라왔다.

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한 법원 앞에 놓인 카인의 흑백 사진에 시민들이 잇따라 헌화하고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깃발이 카인의 사진 주변에 놓였다.

시민들은 쿠데타 불복종 운동의 상징이 된 카인을 '우리들의 영웅', '순교자'로 불렀다.

20일에도 오전부터 1천명가량의 시위대가 모인 가운데 카인 추모소에는 헌화가 이어졌고, 촛불로 고인의 희생을 기렸다.

이날 시위에는 나가족과 친족 등 일부 소수민족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내가 카인이다" 미얀마 시위 사망자 추모 물결(종합)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는 19일 해가 질 무렵 시민 20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카인 추모식이 거행됐고, 20일에도 오전부터 철도노동자를 필두로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시위를 이어갔다.

현지 네티즌 수사대의 가해자 찾기 운동도 시작돼 특정인의 집 주소와 가족의 사업장 등 개인 정보가 SNS에 올라왔고, 당사자가 부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시위대를 상대로 한 폭력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카인의 사망 소식에 "미국이 슬픔에 잠겼다"면서 이번 쿠데타에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행동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빌라 마스랄리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담당 대변인도 "카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며 시위대를 향한 미얀마 경찰의 폭력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오는 22일 회의에서 미얀마 문제와 EU의 대응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내가 카인이다" 미얀마 시위 사망자 추모 물결(종합)
이에 앞서 영국과 캐나다는 18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등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카인의 사망이 항의 시위 열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21일로 예정된 카인의 장례식이 이번 사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 현지 SNS에는 오는 22일 휴업과 파업을 촉구하는 글이 돌고 있어 쿠데타 불복종 운동이 확산할지가 관심사다.

이미 기업 활동과 은행 업무가 상당 부분 마비되고 통관 업무도 제 기능을 못 해 현지 한국 기업들의 수출입이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부는 20일까지 6일째 야간에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고 네트워크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스가 전했다.

군부의 은밀한 시위대 탄압도 이어져 지난 8일부터 19일 오후까지 교사, 의사, 외교부 직원, 국회 직원 등 최소 45명의 공무원을 포함해 546명이 불복종 운동 참여를 이유로 구금됐다고 정치범지원연합이 밝혔다.

미얀마 북동부 미치나시에서는 군경이 새총과 곤봉으로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고 미성년자까지 체포했다가 보석으로 풀어주는 일이 벌어졌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