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오성운동, 상원 신임안 표결서 반대표 던진 15명 제명

이탈리아 최대 정당, 드라기 내각 참여 결정에 내분 심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 마리오 드라기(73)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 출범을 기점으로 이탈리아 의회 중심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의 내홍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17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실시된 드라기 내각 신임안 표결에서 당론을 어기고 반대표를 던진 의원 15명을 제명했다.

이들은 표결 당시 드라기 내각 참여를 거부한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의원 19명과 더불어 반대 진영에 가담해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18일 하원의 신임안 표결에서도 오성운동 소속 의원 16명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비토 크리미 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상원에서와 마찬가지로 당론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하원들을 출당 조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오성운동 당규에는 의회에서 당의 공식 입장에 반해 투표하면 제명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원내 1당으로 상·하원 의석의 약 30%를 점한 오성운동은 온라인 당원 투표 결과 59%의 찬성으로 드라기 내각 참여를 결정했고, 내각 23개 부처 장관직 가운데 최다인 4개를 배정받으며 그 위상을 재확인했다.

이탈리아 최대 정당, 드라기 내각 참여 결정에 내분 심화
하지만 이후 당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오성운동은 부패한 기성 엘리트 정치 타파를 전면에 내세워 2009년 출범한 정당이다.

장기 경기 침체 속에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국민의 변화 열망을 자극해 2018년 총선에서 창당 9년 만에 최대 정당에 등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러한 태생적 성격을 반영하듯 이탈리아 대표적인 금융 엘리트로 꼽히는 드라기 총리에 대한 반감 역시 폭넓게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정책 결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이유로 드라기 내각 참여를 밀어붙인 당 지도부에 대한 원성도 크다.

상·하원의 드라기 내각 신임안 표결에서 적지 않은 오성운동 의원들이 찬성 당론에서 이탈한 배경에는 이러한 당내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은 당의 차세대 기수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디 바티스타(42) 하원의원이 드라기 내각 지지 결정에 대한 불만으로 당을 떠난 데 이어 일부 의원들의 추가 탈당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정가에서는 오성운동의 당내 분란이 이제 막 닻을 올린 드라기 내각의 국정 운영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