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바다거북들이 모여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구조된 바다거북들이 모여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중남부에 며칠째 폭풍과 폭설을 동반한 기록적 맹추위가 이어지면서 이 지역에 서식하던 바다거북 수천마리가 기절하는 등 폐사 위기에 직면했다. 현지 주민들은 바다거북을 지키기 위해 구조에 나섰다.

CNN, 더힐 등 매체는 1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남부에 위치한 사우스파드레 해안가에서 차가운 파도에 떠밀려온 바다거북 수천마리가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개체는 차가운 바닷물에 떠밀리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등 기절 상태였다고 전했다.

평소 겨울에도 영상 10도 이상의 기온을 유지하던 텍사스주의 경우 30여년 만에 기온이 영하 18~22도까지 떨어졌다. 정전 사태와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추위에 약한 바다거북도 수난을 겪고 있다.
기절한 상태로 구조되는 바다거북 [사진=AP 연합뉴스]
기절한 상태로 구조되는 바다거북 [사진=AP 연합뉴스]
바다거북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냉혈동물이다. 따라서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운동 능력이 떨어져 헤엄을 칠 수 없게 된다. 겨울에도 따뜻한 텍사스주 앞바다가 거북이들의 주요 서식지가 된 이유다.

현지 주민들과 동물전문가들은 바다거북이 한파를 이기지 못해 기절한 것으로 판단, 구조를 시작했다. 현지의 한 컨벤션센터가 바다거북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게끔 임시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구조 초반에는 일부 주민들이 커다란 바다거북을 품에 안고 한 마리씩 임시 보호소로 옮겼지만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더 많은 주민과 봉사자들이 트레일러까지 동원해 바다거북 수십마리를 나르기 시작했다.

한 봉사자는 이동 중에도 바다거북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자동차 뒷좌석에 따뜻한 담요를 깔았다. 그는 "보트로 이틀 동안 거북이 185마리를 구조했다"고 말했다.

현재 임시 보호소로 옮겨진 바다거북은 3000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임시 보호소가 된 컨벤션센터 측은 내부 온도를 15℃ 정도로 유지하는 등 막바지 구조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바다거북들이 담요가 깔린 자동차에 실려 보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바다거북들이 담요가 깔린 자동차에 실려 보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하지만 현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휩쓴 기록적 한파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임시 보호는 가능하지만 바다거북들이 좁은 공간에 장시간 모여 있을 경우 먹이 공급과 스트레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미 기상청은 맹추위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강추위로 15일 텍사스주를 포함한 25개주에 한파 경보가 발령됐다. 25개주 지역 주민은 미국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억5000만 명에 달한다.

미 전 국토의 70%에 눈이 내렸고, 앨라배마·오클라호마·켄터키·텍사스 등 7개주는 비상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발전 시설이 멈춰 18개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정전 사태도 발생했다고 CNN은 전했다.

현지 관계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럭을 이용해 바다거북을 구조했지만 일부는 목숨을 잃을 것 같다"며 "날씨가 풀리더라도 다시 한파가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바다거북을 바다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현지 주민들에 의해 구조된 바다거북들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현지 주민들에 의해 구조된 바다거북들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