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국서 미 외교관에 '대리 접종' 제안 수락
'가장 부자나라 외교관 맞나' 자조…백신 부족으로 '방치' 불만 높아
"해외 근무 미 외교관들, 러시아 등 주재국에 백신접종 요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해외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가 자국 내 직원 접종을 우선시하면서 의료 사정이 열악하거나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국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 오히려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면서 국무부 내 '사기와 신뢰' 복원을 약속한 토니 블링컨 신임 장관의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각종 회의록과 인터뷰, 문서 등을 통해 최소 13개국 정부가 자국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에게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을 제안해 국무부가 수용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아울러 8개국 이상의 추가 제안을 받아들일지 검토 중이다.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국무부 직원 중 일부는 가까운 시일 내 본국에서 백신이 배송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러시아 당국에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아직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국무부는 직원들에게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맞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도, 개인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중동 지역에서 근무 중인 한 미국 외교관은 "백신과 관련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미국)가 다른 나라의 자비를 요구하는 상황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해외 근무 미 외교관들, 러시아 등 주재국에 백신접종 요청"

미국 외교관들의 '수모'는 이것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일부 미국 외교관이 불쾌한 항문 코로나19 검사를 강요받을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해외 주재 미국 외교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것은 물량 부족 탓이다.

국무부는 전체 직원을 접종하기 위해 백신 31만5천 도스를 보건부에 요청했지만 세 번에 걸쳐 23%에 해당하는 물량만 겨우 확보했다.

캐럴 페레스 국무부 운영 담당 국장 대행은 백신 물량과 관련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미 지난 2일 국무부 최고의료책임자와 함께 전 세계 900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콘퍼런스콜을 갖기도 했다.

해외 근무 외교관은 백신이 미국, 특히 워싱턴D.C.에 근무하는 인력에 주로 할당되면서 브라질과 오만, 러시아, 바레인 등 코로나19 위험이 큰 국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외교관들은 국방부의 빠른 백신 접종 속도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직원이 7만5천명인 국무부는 7만3천 도스의 백신을 전달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접종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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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방부는 지난주까지 80만 도스의 백신을 접종했으며, 21만명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소속으로 현역 근무 중인 군인은 140만명, 전체 직원은 290만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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