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취소 판결 항소심, 명예훼손 혐의 4차 공판

수감 중인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오는 20일 두 차례나 재판정에 서게 됐다.

2014년의 사기 사건 관련 집행유예 취소 판결 불복 항소심과 지난해 발생한 2차 세계대전 참전 퇴역 군인 명예 훼손 사건 4차 공판이 당일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20일 오전 10시에는 항소심이, 오후 2시에는 4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나발니는 두 재판에 모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발니, 오는 20일 서로 다른 사건으로 두 차례 재판
이런 가운데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바부쉬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열린 나발니의 퇴역 군인 명예 훼손 사건 3차 공판에서 검사 측은 피고인의 유죄가 인정된다며 그에게 95만 루블(약 1천4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6월 2차 세계대전(대독전)에 참전해 공을 세운 퇴역 군인을 중상·비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그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한 2차 대전 참전 예비역 대령 이그나트 아르테멘코(93)의 동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에 끌어다 올리면서 개헌을 지지한 그를 '매수된 하인', '양심 없는 사람', '반역자' 등으로 비난하는 글을 함께 게재했다.

이에 러시아 참전군인연맹이 나발니를 중상 명예훼손죄로 고발했고, 아르테멘코의 손자 등 가족들도 나발니의 글을 읽은 고령의 참전군인이 충격을 받아 건강이 급속히 악화했다면서 처벌을 요구했다.

이후 중대 범죄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가 수사를 벌여 나발니를 기소했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1·2차 공판은 각각 지난 5일과 12일 열렸었다.

변호인 측은 이날 3차 공판에서 나발니가 피해자를 중상한 것이 아니라 헌법 개정을 지지한 사람들을 비난한 것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나발니도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동기에 따른 사법 절차라고 항변했다.

한편 모스크바 시모놉스키 구역법원은 앞서 지난 2일 2014년 사기 사건과 관련한 나발니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러시아 교정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나발니가 사기 사건 연루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집행유예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집행유예 취소 및 실형 전환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 재판서 패소하면서 나발니는 이전 집행유예 판결에 따른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실형으로 살게 됐다.

다만 이전 소송 당시 수사와 재판, 가택연금 등 사법 절차에 소요된 일수가 고려돼 실제 복역 기간은 2년 8개월로 정해졌다.

나발니와 변호인단은 그러나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오는 20일 항소심이 열리게 됐다.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17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구속됐다.

독일 전문가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고, 나발니는 자국 정보당국이 자신을 독살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나발니, 오는 20일 서로 다른 사건으로 두 차례 재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