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증시에 작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1.30%로 마감했다. 전 영업일(12일)의 연 1.20% 대비 10bp(1bp=0.01%포인트) 뛰었다. 20년물 수익률은 연 1.92%, 30년물은 연 2.08%로 각각 7bp, 9bp 상승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해 2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국채 금리가 하루에 10bp 안팎 움직이는 건 이례적이다.

국채 금리 급등에는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이 조만간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규모의 자금을 동원하려면 국채를 발행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배포와 함께 미국 경제가 점차 회복할 것이란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톰 디갈로마 시포트글로벌증권 분석가는 “부양책과 백신에 대한 기대가 금리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에선 국채 금리 급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국채 금리가 기업과 가계의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이는 데다 미 중앙은행(Fed)에 조기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전략가는 “국채 10년물을 기준으로 연 1.5%가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연말에 연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국채 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찾아오는 게 증시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미국 500대 상장기업 주가를 지수화한 S&P500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매우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