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난' 갔던 뉴요커가 돌아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도시 뉴욕 맨해튼의 어퍼이스트사이드(UES). 한파가 닥쳤지만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 차량 2~3대가 눈에 띄었다. 재택근무 종료를 앞두고 인근 뉴저지주에서 이사왔다는 쿠로건 씨는 “봐둔 집이 조금 싸게 나와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령 도시’로 전락했던 뉴욕이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인구 유입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임대차 계약 역시 급증하고 있다. 거의 1년 만의 “기분 좋은 변화”라는 게 뉴욕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신규 아파트 매매 급증

'코로나 피난' 갔던 뉴요커가 돌아왔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어번딕스에 따르면 맨해튼의 신규 아파트 매매 건수는 작년 12월과 올 1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 증가했다. 시내 사무실 중 아직 비어 있는 곳이 많고, 식당 카페 등도 이달 들어서야 제한적인 영업에 나선 상황에서 이례적이라고 이 업체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대량 접종이 시작돼 경제 정상화 기대가 커진 데다 유동 자금도 부동산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국인들이 집을 살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작년 7월 이후 연 3.0%를 밑돌고 있는 점도 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더비 인터내셔널 리얼티의 니키 필드 중개인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저가에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머지않아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무엇보다 크다”고 말했다.

뉴욕은 850만여 명이 거주하는 거대 상업 도시지만 작년엔 ‘뉴욕 탈출(leaving New York)’이 유행어가 됐을 정도였다. 미국 코로나 진원지로 꼽히면서 7만여 명이 순유출됐다. 부동산 감정평가 회사 밀러새뮤얼은 2019년 평균 300만달러에 달했던 맨해튼 아파트값이 작년 4분기 270만달러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아파트 매매가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한 건 작년 말부터라는 게 중개업체들의 전언이다. 백신 보급 후 집값이 다시 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특히 100만달러 안팎의 방 1~2개짜리 ‘저가형’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한다.

임차 계약 급증하며 공실률도 하락

사무실과 상가가 밀집한 맨해튼 내 임대차 계약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경기 회복을 시사하는 간접 지표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외지로 나갔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끝내고 시내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종합 부동산 기업 더글러스엘리먼에 따르면 지난달 맨해튼 내 신규 임대차 계약은 총 6255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3969건)과 비교하면 57.6% 급증한 수치다. 작년 12월(5459건)보다도 14.6% 늘었다. 이사 비수기인 1월 계약 건수로는 이례적으로 많다는 설명이다. 브루클린 등 인근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글러스엘리먼은 “1월 기준 계약 건수는 2008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임차료도 상승세다. 맨해튼의 월평균 임차료는 지난달 기준 3909달러로 작년 12월(3934달러) 0.6% 떨어졌지만 11월(3745달러)보다는 4.4% 뛰었다.

새 임대차 계약이 늘면서 공실률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1월 기준 맨해튼 공실률은 5.33%로 작년 12월(5.52%)에 비해 0.19%포인트, 최고점을 찍었던 10~11월(6.14%)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 지역 공실률은 1~2%대였다.

뉴욕 부동산업체인 코코란그룹의 파멜라 리브먼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지만 집값이 바닥을 친 것으로 확인되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