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90세 할머니 10㎞ 눈길 뚫고 백신 접종
주인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할머니 프랜 골드먼.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골드먼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종아리까지 눈이 쌓인 왕복 6마일(약 9.7㎞) 길을 걸어 시애틀아동병원에서 백신 접종에 성공했다.
그 과정은 개인적으로 '대작전'이었다.
골드먼은 예행 연습을 통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지부터 확인했다.
그는 예약일 하루 전 휴대전화기를 길잡이로 삼아 불편한 허리를 지탱할 지팡이를 짚고 목적지를 행해 떠났다.
골드먼은 목적지까지 3분의 2 정도 도달하자 성공할 수 있겠다고 자신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불행하게도 'D-데이'에 눈폭풍 악재가 닥쳤다.
골드먼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주사를 쉽게 놓을 수 있도록 반발 티셔츠를 입었다.
그 위에 양털 상의, 다운점퍼, 레인코트를 입고 양털 바지, 스노부츠, 두 손에 쥘 지팡이 2개로 무장을 마쳤다.
14일 오전 8시에 출발한 골드먼은 길이 얼어붙은 데다가 눈까지 쌓여 예약 시간에 6분 늦었으나 접종을 무사히 마쳤다.
사실 골드먼에게는 백신 접종보다 예약이 더 큰 전쟁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워싱턴주 보건부와 의료원들에 전화를 돌리고 밤에는 인터넷을 살피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골드먼은 지난 13일에야 인터넷을 통해 시애틀아동병원에서 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멀리 대륙을 가로질러 뉴욕주 버펄로에 사는 딸 루스 골드먼은 모친의 백신접종을 하나의 승리로 여겼다.
루스는 "어머니는 문제가 아닌 해결책을 찾는 분"이라며 "작은 역경이 훼방을 놓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게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골드먼이 전화통, 인터넷과 밤낮으로 씨름하고 추위 속에 눈길 강행군을 벌인 배경에는 뚜렷한 목표도 있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자로서 손주들을 껴안을 수 없게 된 '중대문제'를 반드시 해결한다는 게 강력한 동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먼은 "손주들을 다시 안고 싶어 참을 수 없다"며 "그냥 좀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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