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중국의 공격적 행보 우려하면서도 미국에 실망"
홍콩매체 "아세안, 미국 등한시에 중국 쪽으로 기울어"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가 미얀마 쿠데타로 동남아시아 외교의 첫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미국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한시에 역내 국가들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자국 내 문제를 우선순위에 놓아 아세안과의 관계 개선 등은 뒤로 밀렸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내세워 아세안 지역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의 공격적 행보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미국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실망해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샴보 교수는 이달 초 열린 힌리치재단 화상 세미나에서 아세안 10개국 중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등 3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7개국은 중국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샴보 교수는 중국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입장에 대해 "역내 중국의 존재감은 분명한 사실이고 너무 커서 어느 정도는 그에 편승할 필요가 있지만 그런 현실에 마냥 행복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인들은 미국의 역내 존재감이 더 확대되길 원하지만 미국은 적극적이지 않다"며 "미국이 등한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국에 대한 양가의 감정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아세안 간 연간 교역량은 6천억 달러로, 중국과 아세안 간 교역의 약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주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가 학자 1천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8%가 '중국의 역내·정치적 영향력 증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SCMP는 미국의 동남아 지역에 관한 인식은 지난달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캠벨 조정관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양대 슈퍼파워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에 맞서 자신들의 자치권을 지킬 수 있도록 미국의 도움을 구하지만, 아시아의 미래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유리하지도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좋은 해결책은 미국과 파트너들이 해당 지역에서 평화로우면서도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