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예비경선 경쟁자 지지 표명하며 매코널 대항 당내 영향력 행사 공언
미 언론 "트럼프, 의회난입 책임론 제기하는 매코널에 사실상 전쟁 선포"
매코널에 폭발한 트럼프 "음침한 정치꾼…그와는 선거 못이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공화당 원내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에게 상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를 통해 낸 성명에서 "매코널은 음침하고 뚱하고 웃지 않는 정치꾼"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그와 함께한다면 그들은 다시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그(매코널)는 필요한 일이나 나라에 옳은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필요하고 적절할 때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미국우선주의'를 옹호하는 예비경선 경쟁자들을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훌륭하고 강력하고 사려 깊고 공감을 할 줄 아는 리더십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분노로 가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매코널 대표는 지난 13일 있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무죄에 표를 던지기는 했으나 이후 공개발언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의회난입 사태의 실질적·윤리적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웠다.

특히 사법 시스템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15일에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매코널에 폭발한 트럼프 "음침한 정치꾼…그와는 선거 못이겨"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성명은 매코널 대표에 대한 분노를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 2022년 중간선거에서 매코널 대표에 대항해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7천400만표를 얻었고 퇴임 이후에도 공화당 내 입지가 상당한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상원의원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성명에 대해 "사실상 매코널 대표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평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자신의 기조를 따르는 예비경선 경쟁자를 지지하겠다는 성명의 대목을 가장 두드러진 언급으로 꼽았다.

매코널 대표와 달리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무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중간선거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을 탈환하는 게 공화당의 목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