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라크 북부 동굴서 터키인 13명 살해된 채 발견
터키 "PKK 소행"…미국 PKK 책임 인정 유보
미 국무부 후속 성명서 'PKK 책임 인정'
에르도안, 미국 비판 "테러조직 편드나"…미 대사 초치(종합)

터키인 13명이 이라크 북부의 동굴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편들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흑해 연안도시 리제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성명을 "농담"이라고 비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신들은 테러리스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PKK(쿠르드노동자당)·YPG(시리아쿠르드 민병대)와 함께 하고 있다"며 "불행히도 우리는 처음부터 이를 봐왔다"고 비난했다.

PKK는 터키 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 조직으로 터키는 이들을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여긴다.

또 터키 정부는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YPG가 PKK의 시리아 지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시리아·이라크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이면서 쿠르드족의 손을 잡았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쿠르드족은 IS 격퇴전의 선봉에 섰으며, 2019년 3월 IS 최후의 거점이었던 시리아 바구즈를 함락한 주역도 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PKK의 실체를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성명은 불명예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터키 시민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만일 PKK의 손에 터키 시민이 살해됐다는 보도가 확인되면 가장 강한 어조로 이를 비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터키는 미국이 이번 사건의 배후가 PKK임을 확정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터키 외무부는 이날 앙카라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미 국무부 성명에 대해 항의했다.

에르도안, 미국 비판 "테러조직 편드나"…미 대사 초치(종합)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 장관도 이날 오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이번 성명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했으며,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PKK의 책임을 인정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라크 북부에서 터키인이 사망한 데 대해 애도를 표한다"며 "PKK 테러범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국무부의 견해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차우쇼을루 장관과의 통화에서 오랜 양국 관계와 양국이 테러 대응에 관심을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터키에 러시아산 S-400 지대공 미사일을 유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S-400은 터키가 러시아에서 도입한 지대공 미사일로, 미국은 S-400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군사기밀이 러시아로 유출될 것을 우려해 터키의 S-400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앞서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은 전날 터키 군이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에서 PKK 소탕 작전을 벌이던 중 동굴에서 살해된 터키인 13명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카르 장관은 "12명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으며, 다른 1명은 어깨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며 "PKK가 터키군의 군사작전 개시 이후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FP 통신에 따르면 쿠르드 민병대는 이번 사건을 터키군이 저지른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터키 수사 당국은 대대적인 PKK 관련 수사에 돌입했다.

터키 내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국 40개 주에서 동시에 대테러 작전을 벌여 친쿠르드 정당인 인민민주당(HDP) 관계자 등 PKK와 연루된 71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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