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전환·디지털전환부 등 신설…280조원대 EU 회복기금 주도할듯

이탈리아 새총리 드라기, 친환경 정부 표방…"국정 최우선 순위"(종합)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환경친화적 성장에 국정 운영의 방점을 두겠다고 밝혀 향후 관련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라기 총리는 13일 취임 첫 내각회의에서 환경을 우선시하는 정부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주 내각 구성을 위한 정당별 협의 과정에서도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을 정책 우선순위에 놓을 것임을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드라기 총리의 이러한 발언이 다분히 유럽연합(EU)의 회복기금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복기금은 EU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회원국들의 경제 회복을 돕고자 마련한 자금이다.

이탈리아는 총 7천500억 유로(약 1천6조 원) 가운데 보조금·저리 대출 등의 형태로 2천90억 유로(약 280조 원)를 받을 예정이다.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다만, EU는 이 기금이 친환경 경제시스템 구축과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등을 위한 밑천이 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오는 4월까지 각 회원국이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회복기금 사용 계획도 이런 부분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드라기 총리가 새 내각 구성의 밑그림을 짜며 생태전환부와 기술혁신·디지털전환부를 신설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이다.

두 부처는 향후 회복기금 사용 계획 수립 및 집행을 이끄는 '쌍두마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부처 수장은 모두 비정치인 출신 전문가가 낙점됐다.

생태전환부 장관에는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IT 전문가인 로베르토 친골라니가, 기술혁신·디지털전환부 장관에는 글로벌 통신업체인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비토리오 콜라오가 각각 임명됐다.

이 가운데 친환경 성장에 대한 드라기 총리의 의지를 감안하면 생태전환부가 이른바 '슈퍼 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생태전환부는 일단 기존의 환경부와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을 합친 부처로 출범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교통·인프라 등의 업무까지 흡수해 통합적인 국가 환경 관리 부처로 규모가 커질 여지도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는 EU 어젠다에 발맞춰 생태전환부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드라기 총리는 이에 더해 환경 관련 정책 조율과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친골라니 신임 장관이 주관하는 범부처 위원회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올해 11월 영국과 공동으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를 개최하는 등 앞장서서 글로벌 환경 정책을 다뤄야 하는 위치에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