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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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년 역사의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말 ‘내연기관의 종말’을 선언했다. 2035년까지 가솔린(휘발유)·디젤(경유)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대형 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종을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메리 배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탄소 배출과 교통사고, 교통 체증이 모두 ‘제로(0)’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왕국’ 테슬라에 맞서 친환경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도 ‘소프트 파워’를 앞세워 자동차 업체들과의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속도 내는 전기차 전환

애플카 시동·중국차 벌떼 공격…액셀 밟는 '타도 테슬라'
폭스바겐은 지난해 22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테슬라(약 50만 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앞으로 2년 뒤인 2023년에는 다섯 배가량 늘린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2029년까지 전기차 75종을 출시해 완전한 전기차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전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들도 앞으로 전기차 판매 비중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2030년부터 유럽, 중국,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전기차 비중을 크게 확대한다. 이를 통해 2040년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8~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벌떼 공격’도 매섭다. 전기차 스타트업 ‘삼총사’로 불리는 웨이라이(NIO), 샤오펑, 리샹 등은 지난달 판매량이 모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배 뛰었다. 웨이라이는 배터리 임대 방식으로 차량 가격을 낮췄고, 샤오펑은 무료 충전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애플 등 IT 기업도 참전

‘타도 테슬라’를 외치는 것은 완성차 업체뿐만은 아니다.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2024년까지 내놓겠다는 목표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바퀴 달린 아이폰’이 될 애플카는 자동차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차량 화면에 옮겨 즐길 수 있게 하는 ‘애플 카플레이’를 개발했고, 이미 수백만 대 차량에 이를 설치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강력한 부품 조달 능력도 애플의 강점이다. CNBC 방송은 “애플 아이카(i-car)가 테슬라 전기차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소니는 IT업체 가운데 전기차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회사로 꼽힌다. 최근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전기차 비전S 시제품의 주행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전S는 소니가 지난해 공개한 첫 자율주행 전기차 모델로 인공지능(AI), 통신, 엔터테인먼트 등 소니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구글, 아마존 등도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구글카’ ‘아마존카’까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카 시동·중국차 벌떼 공격…액셀 밟는 '타도 테슬라'

AI 반도체 개발 경쟁도

IT업체들은 자율주행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AI 반도체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했다. 모바일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인텔은 2017년 자율주행 센서 업체인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이스라엘 AI반도체 업체 하바나랩스를 20억달러에 사들였다. 또 작년에는 지도·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무빗까지 인수하면서 미래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호중 자동차산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테슬라의 성공으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IT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며 “자본 조달력, 브랜드 인지도, 개발 역량 등을 바탕으로 기존 자동차산업에 파괴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