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두 배 수준으로 인상하면 일자리 140만 개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현재의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15달러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민주당 법안 분석자료를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소득 증대 효과보다 실직률 상승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게 골자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로, 2009년 이후 12년 동안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CBO는 법안 내용대로 2025년까지 시간당 임금을 15달러까지 올리면 1700만 명의 소득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을 것으로 봤다. 전체 근로자의 10%에 달하는 숫자다. 이미 시간당 15달러 수준의 급여를 받는 사람들도 임금 인상 혜택을 누릴 것으로 진단했다. 새로 빈곤층에서 벗어나는 미국인은 9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고용주들이 채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140만여 명이 직장을 잃을 것이란 게 CBO의 전망이다. 미 근로자의 0.9%에 해당하는 규모다. 나이가 적고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의 실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됐다.

상당수의 소득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100만 명을 훌쩍 넘는 이들의 생계엔 치명타를 가할 것이란 얘기다. CBO는 고용 감소로 인해 경제 생산량마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6.3%로, 작년 2월(3.5%) 대비 크게 높다. 일자리가 1년 전보다 900만여 개 적은 상황에서, 추가로 140만 개가 사라지면 고용 지표를 악화시킬 수 있다.

CBO는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정부 지출 역시 늘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연방정부의 누적 적자가 540억달러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무직 급여와 물가 인상에 따른 지출 확대, 실업수당 지급액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다. CBO는 “최저임금 인상이 재정 적자에 끼치는 영향보다 민간 기업들의 노동비용 급증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매년 조정해 2025년 6월 1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넘긴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안에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담겼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이 크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