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민주적 면모가 하나도 없다”며 시진핀 중국 국가주석을 정조준했다. 중국과 “극한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취임한 지 20일이 다 되도록 시 주석과 정상 간 통화를 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1조9000억달러 부양책과 함께 추진 중인 연방 최저임금 두 배 인상안(7.5달러→15달러)은 이번엔 의회 통과가 힘들 것으로 봤다.
바이든 "시진핑, 민주적 면모 하나도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BS와의 취임 후 첫 방송 인터뷰에서 시 주석에 대해 “매우 똑똑하고, 매우 거칠다”며 “민주적 면모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을 ‘비민주적 지도자’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충돌할 필요가 없다고 시 주석에게 내내 말해왔지만 극한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중(對中) 압박 방식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방식으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국제적 규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했지만 동맹을 배제한 채 중국과 1 대 1로 대결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이나 협력국과 연대해 국제적 규범을 준수하도록 중국을 압박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포위망 성격을 갖는 ‘쿼드(Quad)’를 정상회의로 승격하는 걸 추진한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나온 상태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주축이 된 안보협의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아직까지 시 주석에게 전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통화할 기회가 없었다”며 “전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과거 부통령 시절 시 주석과 24~25시간 사적 미팅을 하고 1만7000마일을 함께 여행한 만큼 다른 어느 지도자보다 그를 잘 안다고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축전도 보내지 않았고 미·중 정상 간 통화가 언제쯤 이뤄질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세계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두 나라 간 최고위급 대화는 지난 5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간 통화였다”며 “두 외교 수장은 민주주의와 인권 이슈에서 서로 각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 먼저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란이 먼저 우라늄 농축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란의 ‘선(先) 제재 완화’ 요구를 거부하고 이란에 ‘선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선 제재 완화’를 거부하고 북한에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두 배 인상하는 방안에는 “부양 법안에 그 방안을 담았지만, 그것이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별도 협상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이 연방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데다 민주당 내에서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번엔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 코로나19 집단면역 시점에 대해선 “여름 전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여름까지 집단면역으로 갈 것”이라고 한 데서 후퇴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