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던 테슬라는 지난해 7억2100만달러(약 81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연간 흑자를 달성한 것은 2006년 ‘적자 행진’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테슬라의 누적 적자는 60억8300만달러에 이른다. 매출은 2019년 245억달러에서 작년 315억달러로 28.5% 늘었다.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전기자동차를 팔아서 흑자를 낸 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콜로라도·코네티컷 등 11개 주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내연기관차 판매량에 비례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할당된 친환경차 판매량을 채우지 못한 업체들은 다른 전기차 제조업체로부터 ‘탄소 크레디트’를 구매해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테슬라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자동차 기업에 탄소 크레디트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가 탄소 크레디트 판매로 얻은 이익은 16억달러로 연간 순이익 규모의 두 배를 넘었다. 탄소 크레디트 판매가 없었더라면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란 의미다. 여전히 전기차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전기차를 집중적으로 팔기 시작했기 때문에 테슬라의 크레디트 수익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테슬라는 차량 가격 인하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8달러로 월가 예상치(1.03달러)를 밑돈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3분기 9.2%에서 4분기엔 5.4%로 떨어졌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