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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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카리브해 국가들이 세계 곳곳을 떠돌며 일하는 ‘디지털 노매드(유목민)족’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바베이도스, 바하마 등 카리브해 섬나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광업이 타격을 받자 이른바 ‘원격근무 비자’를 내주면서 디지털 유목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작년 여름 이후 바베이도스에 입국해 생활하고 있는 디지털 유목민은 3700여 명에 달한다. 바베이도스는 작년 7월부터 1년짜리 원격근무 비자를 내주기 시작했다. 외국 회사 직원으로, 연 수입 5만달러 이상이 대상이다. 온라인으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으며 2000달러만 내면 된다. 바베이도스관광청에 따르면 원격근무 비자를 신청한 사람의 3분의 2가량은 미국, 영국, 캐나다 시민들로 조사됐다.

바하마, 세인트루시아, 버뮤다, 앤티가바부다 등 다른 카리브해 섬나라들도 바베이도스와 비슷한 원격근무 비자를 발행하고 있다. 관광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시행 중이다. 타신 사예드 세계은행 카리브해 담당 이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카리브해 국가들에 미친 충격은 최고 등급인 5등급짜리 허리케인을 넘어선다”며 “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약 40%가 관광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리브해 국가들의 GDP는 평균 12.2% 감소했다. 올해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3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리브해 국가들은 디지털 유목민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최근 바이러스 통제에 힘쓰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가장 큰 공항을 운영하는 그루포푼타카나의 시몬 볼리바르 수아레스 부사장은 “우리는 출입국 과정에서 얼굴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신원을 확인하고, 건강 정보를 조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