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를 방문해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P
국무부를 방문해 연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군의 전 세계 배치를 재검토하는 동안 "주독미군 감축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주독미군 감축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국무부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로이드)오스틴 국방장관은 우리의 군사력이 외교 정책과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적절하게 부합하도록 미군의 전 세계 배치 검토를 주도할 것"이라며 "이 검토가 이뤄지는 동안 우리는 주독미군 감축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의 국방비 분담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주독미군을 3만6000명에서 2만4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줄어든 주독미군 중 5600명은 유럽에 재배치하고 6400명은 미국에 복귀시킨다는 구상였다.

당시 주한미군 감축설도 흘러나왔다. '친트럼프' 인사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6월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그리고 독일로부터 군대를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독일을 방어하고 있지만 독일은 수년간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건 말이 안 된다”며 “그들이 돈을 낼 때까지 병사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독일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른 많은 나라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7월 '미 국방부가 올해(2020년) 3월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미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국방장관이 워싱턴에 한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선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한국, 독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에선 주한미군 감축 우려가 증폭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에 제동을 건데 대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동북아 평화·번영의 핵심축"으로 규정하며 '한미동맹 강화' 방침을 밝혔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 견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북한 억제뿐 아니라 중국 견제 성격이 있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 전문가인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지난해 대선 이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겐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지렛대"라며 "바이든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도 어렵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전 세계 미군의 효율적 배치에 대한 재검토를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독미군 감축 중단도 이런 검토가 끝날 때까지 감축을 동결한다는 의미다. 효율성 측면에서 주독미군이든, 주한미군이든 감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날 가능성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