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영상 공유 앱(응용프로그램) 틱톡(글로벌)과 더우인(중국판)을 서비스하는 바이트댄스가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텐센트는 바이트댄스가 오히려 법을 어기고 있다며 맞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부상한 바이트댄스가 소송으로 맞붙었다.

3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전날 텐센트를 반농단법(反壟斷法·중국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베이징지식재산권법원에 고소했다. 텐센트의 위챗과 QQ(PC 중심 메신저 서비스)가 더우인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트댄스는 이런 조치의 중단과 9000만위안(약 15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두 회사는 2018년부터 이 문제로 공방을 벌여왔다. 2018년 3월 텐센트가 위챗과 QQ에서 사용자들이 더우인의 동영상을 공유하면 1분만 재생된 후 중단되도록 하면서부터다. 텐센트는 한 달 뒤인 4월부터는 더우인 동영상 공유 링크를 아예 차단했다. 현재 위챗과 QQ 사용자들은 더우인의 동영상을 공유하려면 일단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PC에 내려받은 후 전송해야 한다.

바이트댄스 측은 "텐센트의 이런 행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텐센트는 소비자의 권리와 시장 효율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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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이에 "바이트댄스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며 악의적인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바이트댄스의 더우인과 틱톡 등이 위챗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는 등 법을 위반하는 쪽은 바이트댄스"라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두 회사가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더우인은 2018년과 지난해에도 부정경쟁, 허위사실공표 등으로 텐센트를 제소한 바 있다.

중국에서 10억명 이상이 쓰는 위챗은 그동안 사용자가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임의로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텐센트는 지난해 위챗 안에 더우인과 비슷한 짧은 동영상 공유 기능인 '스핀하오'을 추가하면서 바이트댄스의 영역에 진입했다. 스핀하오는 방대한 위챗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6개월 만에 하루 평균 사용자 2억명을 달성했다.

더우인은 중국에서 6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모바일결제 기능인 '더우인페이'를 더우인에 추가했다.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소송전은 최근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들의 반독점 감독을 강화하는 가운데 불거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중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11월 ‘플랫폼 경제분야 반독점 지침’을 고시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시장감독관리총국, 공안부, 사법부 등이 동참하는 ‘반(反)부정경쟁 부처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이후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플랫폼 기업들의 반독점 위반 사례를 적발해 벌금을 물리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증시 상장사인 텐센트의 주가는 정부 규제와 소송전 등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면·비접촉 트렌드로 인터넷 기업들의 실적이 향상되고 있는데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자금도 몰리고 있어서다. 텐센트의 2일 기준 시가총액은 8966억달러(약 998조원)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에 이어 글로벌 5위다.

비상장사인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1400억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