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게임스톱 사태가 대규모 조정 부를 가능성

게임스톱 사태가 대규모 조정을 부를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전날 로빈후드 등 증권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츠베츠' 중심으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의 추가 매수를 막으면서 게임스톱 주가는 -44.3% 급락한 반면 전체 시장은 소폭 반등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증권사들이 다시 개인 매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자, 게임스톱 주가는 67.9% 폭등하고 시장은 다시 불안감 속에 급락했습니다. 다우는 620.74포인트, 2.03% 하락해 2만9982.62으로 마감됐습니다. 작년 12월14일 이후 처음 3만선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 500 지수는 1.93%, 나스닥은 2.0%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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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은 올 들어 이날까지 1,600% 이상 폭등했고, 개미들의 또 다른 집중 매수 대상인 AMC엔터테인먼트는 500% 이상 치솟았습니다.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 공매도가 많은 주식을 둘러싼 공방은 시간이 갈수록 가라앉는 게 아니라 좀 더 가열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28일부터 개인 매수를 차단한 로빈후드 등에 대한 분노까지 겹쳐지면서 월스트리트베츠 개미들은 더욱 강하게 뭉치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로빈후드앱 삭제 운동에 나섰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로빈후드앱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쏟아내 평가 점수를 1로 추락시켰습니다. 이에 구글은 10만여개에 달하는 부정적 평가를 삭제했는데, 이는 더 큰 공분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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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미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전광판 광고를 사들여 "$GME go brrr"라는 문구를 띄웠습니다. '게임스톡 주식은 계속 오를 것'이란 뜻입니다(go brrr은 미 중앙은행, Fed가 돈 찍는 소리). 뉴욕 뿐 아니라 덴버, 올랜도 등에서도 비슷한 전광판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주범인 월가를 이번에 응징하자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개미는 "당시 우리 가족과 삼촌까지 집을 빼앗겨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헤지펀드들은 샴페인을 마시며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를 내려다봤다. 그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내 모든 돈을 불태워 버리겠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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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로빈후드는 개인들의 추가 매수를 막았을까요?

대부분 고객들이 가진 증권 계좌는 마진 계좌입니다. 증거금을 100%를 놔두고 거래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T+2, 즉 청산결제가 이뤄지는 이틀 동안 그 책임은 브로커, 즉 로빈후드 같은 증권사가 져야합니다. 사실 고객들이 증권계좌를 통해 주문을 내면 청산결제가 종료될 때까지 매수한 건 브로커와의 (거래를 완결시켜주겠다는) 약속입니다. 로빈후드는 이 주문을 DCTT 같은 '클리어링 하우스'에 가져가 완결시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변동성이 큰 주식이나 옵션을 거래할 경우 '클리어링 하우스'는 거래 쌍방간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브로커에게 더 많은 증거금을 가질 것을 요구합니다. 로빈후드는 갑자기 그런 돈을 없기 때문에 매수를 제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 29일 새벽 급히 15억 달러를 조달한 뒤 이날 매수를 허용했지요. 하지만 이날도 매수 허용 수량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계속 변했습니다. 게임스톱 주식은 1주 밖에 살 수 없었습니다.

개미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추가 매수하지 못 하게한다면 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를 해놓은 헤지펀드들은 돈을 벌고,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인 개미들은 돈을 잃게 됩니다.

월스트리트베츠에선 '로빈후드가 월가와 결탁했다'는 음모론이 나돌고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개미들의 거래 정보를 헤지펀드 시타델(엄밀히는 자회사인 시타델 증권)에 팔아 돈을 법니다. 그런데 그 시타델은 이번 게임스톱 공매도 주역의 하나였던 멜빈캐피털에 2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한 곳입니다.

이번에 공매도 등으로 손해 본 곳은 자산 125억달러의 53%를 날린 멜빈캐피털뿐 아닙니다. 월가에는 시타델 15%, 포인트72 10~15%, D1 30%, 바이킹 20% 등 유명 헤지펀드들의 이름과 손실율 리스트가 나돌고 있습니다. 이런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파산한다면 청산결제 시스템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헤지펀드들은 롱숏(주식을 사거나 공매도해 이익을 내는)전략을 취하는 데, 공매도에서 큰 손실을 낼 경우 롱 전략으로 사놓은 주식들도 팔아 손실을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골드만삭스가 거래하는 헤드펀드들은 지난 1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많은 디그로싱(de-grossing, 포지션을 정리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것)을 실시했습니다. 모든 펀드가 매수 포지션을 축소하고 그 돈으로 매도 포지션을 커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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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분기 말 기준 헤지펀드들이 많이 보유한 주식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알리바바 △피델리티 △세일즈포스 등의 순입니다.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의 기술주로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29일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는 각각 3.74%, 0.97%, 2.92% 하락했으며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알파벳도 2.52%, 1.15%, 1.39%씩 내렸습니다.

개미들은 게임스톱 옵션에서도 큰 돈을 벌었습니다. 옵션을 판매해서 큰 손실을 본 측은 모두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입니다. 주가가 더 오르면 손실은 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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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개미들은 '이들 월가 기관들이 똘똘 뭉쳐 개미들의 매수를 막아 28일 게임스톱 주식을 급락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베츠엔 '로빈후드 내부고발자'라는 이가 "창업자인 블라디미르 테네프가 투자자인 세콰이어캐피탈과 백악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매수를 막았다"고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세콰이어의 경우 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려면 월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요.

게임스톱이 화제가 되면서 우리나라 등 외국 개미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베츠 가입자는 지난주 초만 해도 200만 명 수준이었는데, 30일에는 73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계산상으로 1인당 1주만 사도 전체 발행주식 690만주를 모두 사들일 수 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유통주식수 469만주보다는 훨씬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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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폭등한 만큼 '개미들이 팔고 나가면서 주가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베츠 중심으로 뭉친 개미들은 과거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IT 기술과 월가에 필적하는 정보로 뭉쳐있습니다. 유통주식수보다 더 많은 공매도 주식이 있는 게임스톱 등을 노려 집중 매수함으로써 '쇼트 스퀴즈'를 유발한 게 그런 실력을 말해줍니다. 이들은 작년 4월 워런 버핏이 델타항공 등 항공주를 모두 매도할 때 사들여서 엄청난 돈을 버는 등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수익률에서 월가를 앞서왔습니다. 그만큼 자금력도 있다는 뜻입니다.

헤지펀드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스톱의 기업 펀더멘털이 주가를 받쳐주지 못하는 만큼 개미들이 흩어질 때까지 버티면 주가가 결국 내릴 것으로 보고, 대다수가 공매도 포지션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29일 현재 게임스톱의 공매도 주식 총액은 112억 달러에 달합니다. 지난 7일간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공매도는 불과 8%(500만 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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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공매도로 인한 추정 손실이 197억5000만 달러에 달하면서 멜빈캐피탈, 시트론리서치 등이 두 손을 들었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겁니다. 새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헤지펀드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호 두사니스키 S3 이사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공매도 기관 중 대다수는 게임스톱 사태에도 불구하고 포지션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등에 550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는 게임스톱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게임스톱의 목표주가로 10달러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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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양측이 버티면서 판은 커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결국 한쪽이 완전히 무너지면 시장 전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미들이 패배할 경우 민주당 주도 행정부가 온갖 규제와 함께 구제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강제 청산을 당한다면 이는 관련 파생상품뿐 아니라 시장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들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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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이번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곳들입니다.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들의 지난 주 적극적인 디레버리징에도 불구하고, 시장 대비 익스포저는 최고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매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위험이 크다는 걸 뜻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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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주식 전략가는 "지난 석 달 동안 러셀3000 지수 종목 중 시가총액이 10억 달러 이상이고 공매도가 많았던 주식 50개의 수익률은 98%에 달했다"며 "이는 닷컴버블 때인 1999~2000년(72%), 2009년 중반(56%), 2020년 2분기(77%)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지난 25년간 본적이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롱숏전략을 취하는 미국의 헤지펀드들은 지난주 7% 손실을 봤고, 이로 인해 올 들어 수익률도 -6%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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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주 사태는 시장 한 구석의 지속불가능한 과잉이 하나의 도미노를 무너뜨리고 광범위한 혼란을 부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시장에는 엄청난 군중이 몰려있고, 특정한 인기 있는 거래에 집중된 상태"라며 "대규모 쇼트 스퀴즈가 발생하면 (헤지펀드가 아닌) 다른 투자자들도 주식 익스포저를 줄일 것이다. 이는 몇몇 펀드의 청산 매도가 눈덩이처럼 굴러가 시장 전체로 퍼질 수 있는 위험을 부추긴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2월5일 S&P 500 지수는 별다른 악재도 없이 4.27% 폭락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인 8일에도 3.9% 추가 급락했습니다. 당시 사태를 월가에서는‘볼마게돈’(Volmageddon ; 변동성이 초래한 아메게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시장이 아닌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변동성지수)와 연계된 파생 상품들, 즉 꼬리가 머리(전체 시장)을 흔든 탓에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웩더독 현상이었습니다.

당시 VIX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채권)에는 큰 돈이 지속적으로 몰렸습니다. VIX를 추종하는 이런 파생상품은 장 막판 그날 추세를 더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하락세가 있는 날은 하락폭이 깊어지고, 오르는 날 상승세는 더 커집니다. 그 투자액이 급증하면서 변동성을 대폭 높였던 겁니다.

현재도 옵션 거래가 하루 6000만 건에 달하는 등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동성이 커질 경우 이런 파생 거래가 어떤 효과를 낳을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지난 29일 "금리(rates), 규제(regulation) 재분배(redistribution) 등 '3R'은 강세장과 거품을 끝내는 역사적인 촉매제였다"면서 조정장이 다가올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즉 금리 인상 등 긴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이번 헤지펀드와 월스트리트베츠 개미와의 전쟁은 규제를 부를 것이고, 결국 이런 갈등은 부유세 과세와 빈곤층 임금 인상 등으로 해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들 요인은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입니다.

헤지펀드의 공매도 포지션을 볼 때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정도로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시장이 과민반응하고 있으며, 조만간 혼란이 해소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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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레이스에 따르면 공매도가 유통주식의 20%가 넘는 종목들의 시가총액 총합은 4000억 달러 수준입니다. 이는 40조 달러 규모의 미국 주식시장의 1%에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모든 공매도가 있는 종목들의 시총을 모두 더해도 약 9000억 달러로 2%를 살짝 넘습니다. 바클레이스는 투자노트에서 "일부 종목에서의 '쇼트 스퀴즈'는 전반적인 (시장) 전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우리는 추가적인 고통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지엽적인 것에 그칠 것이라고 낙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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