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자 접종 계획 냈다가 거센 반발 직면하자 원점으로
미국방부, '9·11테러범 수감' 관타나모 수용소 백신접종 백지화
미국 국방부가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 수용소 수감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힌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거센 반발이 일자 부랴부랴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 수용소에는 9·11 테러 용의자 등이 구속수감돼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은 아직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다"라면서 "이들을 접종한다는 계획을 중단하고 군 병력 보호에 관한 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방송,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 등을 수용하려고 연 시설로 고문과 가혹한 신문 때문에 인권침해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돼온 곳이다.

9·11 테러의 '설계자'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와 테러조직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보디가드로 알려진 모스 함자 아메드 알 알라위 등이 수감돼 있다.

앞서 CNN방송은 미 국방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관타나모 기지 내 병력과 수감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허가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지난 29일 뉴욕포스트에 "모든 수용자와 수감자를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백신을 접종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즉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공화당의 엘리스 스테파닉 연방 하원의원은 트위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약한 고령자나 퇴역 군인보다 관타나모에 수용된 테러리스트를 우선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미국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댄 비숍 하원의원도 "9·11의 설계자 등 관타나모 수용자가 국민 수백만 명을 새치기해 백신을 맞도록 해주는 것만큼 '통합'에 걸맞은 게 없다"라면서 '국민통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을 비꼬았다.

미국방부, '9·11테러범 수감' 관타나모 수용소 백신접종 백지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