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사망한 테렌스 월터스 영국군 중위. 사진=위키피디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사망한 테렌스 월터스 영국군 중위. 사진=위키피디아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영국군 장교 테렌스 월터스의 훈장이 최근 경매에 등장하면서 그의 군인 정신이 영국 내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월터스 중위는 북한군의 포로가 된 뒤 UN군을 대상으로 한 심리전 방송을 강요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죽음을 택한 인물이다.

미러와 데일리메일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월터스 중위의 훈장은 다음달 17일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시작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18만파운드( 2억8000만원)로 매겨졌다. 훈장 자체의 가치도 높지만 훈장의 원 소유주인 전쟁 영웅의 유족을 돕는다는 취지가 더해졌다.

월터스 중위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1차 참전부대 소속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듬해 4월 그를 포함한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 650여명은 임진강변 설마리에서 중공군과 맞닥드렸다. 4000여명에 달하는 중공군은 동두천 지역으로 남하하는 중이었고 영국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 숫적 열세를 이기지 못한 영국군은 대부분이 죽거나 사로 잡혔다. 테렌스 중위도 심한 부상을 입고 포로 신세가 됐다. 포로들은 300㎞가 넘는 평양 인근 수용소까지 도보로 끌려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병사들이 기아와 탈진, 부상 등으로 숨져갔다.

혹독한 포로 생활을 하던 영국군들은 북한 정보당국은 영어 심리전 방송을 강요받았다. 확성기와 라디오 등을 통해 영어로 공산주의를 옹호하고 UN군을 비방하는 선전 내용을 퍼트리도록 했다. 심리전 방송에 가담하면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하고 치료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임진강 실마리 전투에서 중공군과 맞서 싸웠던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 사진=위키피디아
임진강 실마리 전투에서 중공군과 맞서 싸웠던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 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월터스 중위는 부상 악화와 영양실조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이를 거부했다. 그리고는 부하들에게는 모두 북한군의 심리전 방송에 가담해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며칠 후 월터스는 결국 22세의 젊은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사후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조지 십자장(St. George Cross)을 받았다. 조지 십자장은 공직자에 주어지는 훈장 중 빅토리자 십자장에 이은 서열 2위의 훈장으로 주로 전쟁 영웅 등에 수여된다.

런던 경매 업체인 딕스누넌웹 측은 "월터스 중위는 진정한 리더십과 군인 정신을 갖춘 장교"라며 "조지 십자장 수여자 중에서도 가장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준 인물 중 한명"이라고 평가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