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100억 뇌물수수' 금융인 속전속결 사형 집행
18억위안(약 3100억원)의 뇌물을 챙긴 중국 국유 자산운용사의 전 대표가 사형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반(反)부패 척결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지 1주일 만에 부패사범의 사형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면서 본보기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라이샤오민 전 화룽자산관리 회장(58)의 사형을 집행했다고 발표했다. 라이 전 회장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중국 사상 최대 규모인 17억8800만위안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투자 및 계약, 승진 지원 등을 명목으로 청탁 한 건에 최대 6억위안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전 회장에게는 또 법적 배우자가 아닌 여성과 중혼한 혐의도 적용됐다. 중국에서는 라이 전 회장이 첩 100여 명을 두고 주택도 100채 이상 소유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라이 전 회장은 시 주석이 그동안 추진해온 반부패 캠페인에 걸려든 대표적인 인물이다. 시 주석은 부패를 저지른 고위직을 호랑이, 하위직을 파리에 비유하며 대대적인 사정을 벌여왔다. 라이 전 회장은 2018년 중국 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조사받고 공산당에서 제명당했다.

라이 전 회장이 지난 21일 톈진시 고급인민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지 열흘도 되지 않아 집행에 이른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은 중국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보통 2년 동안 집행을 유예하며 종신형으로 감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22~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반부패에서 조금 느슨해졌다가는 그동안 거둔 성취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기강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