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핵심 반도체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국 반도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웨이는 즉각 "매각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화웨이는 상하이 지방정부의 투자회사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고가 브랜드인 'P' 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를 양도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내부적으로 매각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양측 간 논의도 수개월 간 진행돼 왔다.

다만 매각 가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협상 자체가 결렬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화웨이가 여전히 직접 설계한 기린칩을 활용한 고급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하는 방안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현재 주력 사업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에서 미국의 허가 없이는 미국의 장비나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는 제재를 받고 있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계열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대만 TSMC에 위탁해 생산하는 기린칩이 들어간다. 하이실리콘은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케이든스와 시냅시스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TSMC도 미국산 장비를 다수 활용한다.

핵심 칩 조달 경로가 막힌 화웨이는 미국 제재 발효 시점인 지난해 9월15일까지 주요 부품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재고가 소진되면서 올들어 화웨이의 고급 스마트폰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시장분석업체들은 진단했다.

화웨이는 앞서 지난해 11월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룽야오·榮耀)를 선전시정부와 지역 스마트폰 유통업체들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 조치를 두고 시장에선 고급 스마트폰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화웨이가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매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미국의 바이든 새 행정부도 자사에 대한 제재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화웨이 측은 "프리미엄 브랜드 매각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런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또 고급 스마트폰을 계속 제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전문매체 GSM은 "화웨이는 아너 브랜드 매각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었다.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비상장사여서 공시 의무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등을 적용받지는 않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