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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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영국 기반의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 대학이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 대상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는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이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 등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델스블라트는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 효과가 8~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같이 전했다. 때문에 독일 관리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완전히 잘못된 보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독립 규제기관인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 인체용 약품 전문가 워킹그룹 위원회 등 영국의 영향력 있는 전문가 집단이 고령층에 대한 사용을 지지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해 11월 영국 의학저널 란셋에 데이터를 공개해 고령자에게서도 강한 코로나19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2차 접종을 맞은 뒤에는 모든 고령자들에게서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EMA가 진행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조건부 판매 승인 심사 결과는 결과는 오는 29일 나올 예정이다. 당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월 안에 EMA 사용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투여량에 따라 예방률이 달라지는 '고무줄 면역효과', 핵심 데이터 미흡 등 백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EMA가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을 이끌었던 몬세프 슬라위 박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기존 임상시험에서 고령자가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며 "고령자에 대한 예방 효과가 사실상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령층에 대한 면역 효과와 별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공급 지연 문제'로 EU 국가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EU는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영국 등 EU 회원국으로의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충분한 설명도 없이 백신 공급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지난 22일 생산 차질을 이유로 초기 유럽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얀센, 화이자, 모더나 등 한국 정부와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맺은 해외 제약사 중 유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접종 속도가 빠른 화이자 백신은 본격 품목허가 심사 이전 '사전검토' 단계에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항원 유전자를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주형에 넣어 제조한 '바이러스벡터 백신'이다. 1회 접종 후 4∼12주 후에 2회 투여하는 방식이다. 보관 조건이 2∼8도여서 유통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영국, 브라질, 미국 등 10여 개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예상치 못한 이상 사례로 임상시험이 중단됐다가 안전성 검토 결과 백신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임상시험이 재개됐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서 1만1636명에 대한 예방효과를 확인해 지난해 12월30일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