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상원의 ‘탄핵 심판대’에 선다. 퇴임한 대통령이 탄핵 재판을 받는 것은 미 헌정 사상 처음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2월 둘째주에 탄핵심판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합의대로라면 2월 9일 탄핵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측의 변론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이날부터 탄핵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하원은 25일 상원에 탄핵소추안을 보낼 예정이다. 하원은 13일 본회의를 열어 친트럼프 시위대의 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내란 선동’ 혐의로 당시 임기가 1주일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상원 탄핵심판을 약 2주 뒤로 미룬 것은 양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공화당은 트럼프 측이 변론을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고, 민주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내각 인선과 경기부양책 등 국정 아젠다가 탄핵 정국에 묻히길 원하지 않았다.

상원의 탄핵심판 일정이 잡히면서 퇴임한 트럼프가 실제 탄핵을 당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통신은 의사당 폭동 가담자 중 최소 5명이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해 행동했다’는 식으로 진술했으며 이는 탄핵심판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원에서 탄핵이 이뤄지려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상원은 총 100석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 갖고 있다. 탄핵심판에 전원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공화당에서 17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이뤄진다. 탄핵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탄핵심판과 별개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막기 위한 ‘플랜 B’로 수정헌법 14조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의회 전문지 더힐이 보도했다. 수정헌법 14조는 헌법 준수를 선언한 공직자가 폭동, 반란 등에 관여했을 때 공직 취임을 막는 규정으로 과반수(51명 이상)가 찬성하면 적용할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