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허용 대상 규격에 유럽·미국·중국산 표준만 제시돼
바이에른주에서는 KF94 인정…주독대사 16개 주지사에 서한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해온 KF94 마스크를 독일 내에서 인정받기 위한 소위 '인정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정부가 버스나 지하철, 슈퍼마켓 등에서 의료용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나, 한국산 KF94 마스크가 표준 규격에 오르지 못해 한국 유학생과 교민들 사이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 1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재한 연방정부·16개 주지사 화상회의에서 대중 교통수단이나 상점에서 우리나라의 KF94 마스크에 준하는 FFP2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 등 의료용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는 손수건이나 면 마스크 등으로 코와 입을 보호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의료용 마스크만 착용이 허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주정부는 주의회 승인을 거쳐 이르면 오는 24일부터 합의 내용을 시행하게 된다.

바이에른주는 앞서 지난 18일부터 대중교통에 타거나 생필품을 사러 상점에 갈 때 FFP2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연방정부·주지사 회의 후 공지된 결정문에는 허용 대상 마스크 규격으로 수술용 마스크 외에 유럽 표준인 FFP2 마스크와 미국 표준인 N95 마스크, 중국 표준인 KN95 마스크만 제시돼 있다.

우리나라 표준인 KF94는 규격에 없다.

규격으로 제시된 세 마스크의 생김새는 통상적인 KF94 마스크와 달리 새 부리형이며, 마스크 겉면에 FFP2나 N95, KN95라고 명시돼 있다.

가격도 1장당 평균 5유로 안팎(6천700원)으로 KF94 마스크 평균 가격 1천351원의 5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국 유학생과 교민들 사이에서는 버스나 지하철, 슈퍼마켓 등에서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가 경찰 등의 단속에 걸리면, FFP2 마스크 등과 같은 규격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독일주재 한국대사관이나 교민 정보사이트 등에는 다음과 같은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되느냐", "KF94랑 동급인데 인정을 해줄지 걱정이다", "한국에서 사 온 마스크 겉면에는 KF94라고 적혀있지 않은데, 어떻게 증빙해야 하나.

포장지를 들고 다녀야 하나"
문의가 잇따르자 독일주재 한국 공관들은 독일 전역에 걸쳐 KF94 마스크를 위한 '인정 투쟁'에 나섰다.

조현옥 대사는 16개 주지사에 서한을 보내 KF94 마스크를 FFP 2 마스크와 동등한 규격으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KF94 설명자료와 독일 노동청이 한국산 마스크를 FF2 마스크와 같은 규격으로 인정한 사례 등도 첨부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KF94가 독일에서 규격으로 인정받은 세 마크스와 같은 수준으로 미세입자(평균크기 0.4㎛)를 94% 이상 차단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발간한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착용 가이드에서 FFP2와 N95만 동급으로 거론하고 있다.

중국 KN95나 한국 KF94 언급은 없다.

인정 투쟁은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FFP2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바이에른주는 최근 FFP2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일문일답 자료에서 착용 가능한 규격에 KF94 마스크를 추가했다.

독일주재 한국 공관들은 나머지 15개 주정부와 연방정부를 상대로 인정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산을 막은 일등공신 KF94 마스크가 전 세계에 통용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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