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협정 5년 연장 의사 있다"…러 "현 문안 그대로 조건없이 연장하자"
미, 러시아 해킹·나발니 독살 시도 의혹 등 조사도 추진…"책임 물을 것"
미, 러시아와 핵무기감축협정 5년 연장 제안…러시아도 지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와 신 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의 5년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최근 미국을 향한 러시아의 적대적 행위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바이든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러시아와 마찰을 빚을 수도 있어 보인다.

AFP 통신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은 뉴스타트의 5년 연장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며 "이 연장은 러시아와 관계가 지금처럼 적대적일 때 더욱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앞서 AP통신은 미국이 러시아에 이 방안을 제안했으며, 러시아는 기존에도 이 안을 지지했기 때문에 협정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0년 러시아와 체결한 것으로, 양국의 핵탄두 수를 각각 1천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1991년 7월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명맥을 이은 것이다.

이 협정은 내달 5일 만료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협정 대상에 중국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중국이 이를 거부해 연장 여부가 불투명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핵개발 경쟁 등을 막기 위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도 맺었지만, 2019년 8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탈퇴했다.

이에 따라 핵감축과 관련해 양국이 맺은 합의는 뉴스타트가 유일한 상태다.

러시아 의회 지도부는 사키 대변인의 발표를 환영하며 협정 연장 지지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초프는 "미국의 입장에 어떤 추가적 조건이 달리지 않고 현 (조약) 문안이 (그대로) 연장된다면 좋은 소식"이라며 미-러 양국이 만료 시한인 다음달 5일 이전에 협정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워장도 이날 "협정을 현재 문안 그대로 5년간 연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른 문제들은 그 이후에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루츠키는 "우리는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공은 미국 측에 넘어갔다"면서 "양측이 연장 결정을 내리면 하원 의원들은 러시아 의회의 비준 절차 준비에 신속히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앞서 20일 바이든 취임식에 즈음해 올린 언론 보도문에서 미국과의 뉴스타트 협정의 무조건 연장을 제안한 바 있다.

외무부는 "조약이 체결될 당시 모습 그대로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조약에 명시된 최대한의 연장 기한인 5년까지 연장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미, 러시아와 핵무기감축협정 5년 연장 제안…러시아도 지지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지만, 러시아의 무모하고 공격적인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애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 의혹, 미 연방기관에 대한 대규모 해킹 의혹에 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포상금을 내걸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살해를 사주했다는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상당히 다른 접근법을 취하면서 필요하면 마찰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까지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더 생산적 관계를 권장하려는 기대 속에 새로운 국면을 만들려고 시도했다며 정권 시작점부터 러시아에 징벌적 조처를 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은 독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보 당국 출신인 앤절라 스텐트는 러시아와 더 온화한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하지 않은 채 취임한 행정부는 미소 냉전 이래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