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 [사진=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 [사진=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몇 시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났다. 그는 차기 행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면서도 항상 싸워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을 떠나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가진 환송행사 연설에서 "여러분은 정말 대단하고 이 나라는 위대하다"며 "여러분의 대통령이 된 것은 가장 큰 영광이자 특권"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항상 여러분을 위해 싸우겠다. 지켜보겠다"며 "나는 경청할 것이고 이 나라 미래가 결코 이보다 더 좋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새 행정부의 행운과 성공을 기원한다"며 "그들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정말 굉장한 일을 할 기반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공개된 고별연설과 마찬가지로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무대 옆에 서 있던 가족을 가리키며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며 "그들은 훨씬 더 쉬운 삶을 살 수 있었지만 단지 멋진 일을 해냈을 뿐"이라고 했다.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선 "대단히 우아하고 아름다움과 위엄을 갖춘 여성"이라며 "국민에게 매우 인기가 많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군중과 가족들을 향해 "항상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당신의 영부인이 된 건 나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 당신이 보내준 사랑과 지지에 감사하다"며 "신이 이 아름다운 국가를 축복할 것"이라고 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연설을 마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다른 할 말이 뭐가 있겠느냐. 정말 잘했어 자기(honey)"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간에 북받치는 듯 울먹거리며 10여 초간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당초 이날 공항 연설문을 준비했지만 이날 아침 이를 읽은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했다. 연설대 앞에 준비됐던 프롬프트도 트럼프 도착 직전에 치워졌다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참모들이 준비했던 연설문에는 평화적인 정권 이양에 대한 품위 있는 말들을 포함해 차기 정부에 대한 언급들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했다. 탑승 전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한 말은 "조만간 다시 보자(we will see you soon)"였다고 CNN은 전했다.

에어포스원이 이륙할 때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가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목적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했던 대로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에 불참한다.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건 1800년대 이후 처음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