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후보자(사진)가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각국 간 통화 가치는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약달러 정책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의 암묵적인 달러 약세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외국 정부가 통화 가치를 조작하려는 어떤 시도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50년 만기 국채 발행에 대해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옐런은 관련 질의를 받자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답했다. 그는 “금리가 지금처럼 낮을 때 장기 채권을 발행하면 다양한 이점이 있다”며 “잠재 수요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초장기 국채 발행이 이자 상환 부담을 덜어줄 것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장 수요가 받쳐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옐런은 중국을 겨냥해 “끔찍한 인권 침해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분명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자”라며 “이 나라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행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중국이 불법 보조금과 덤핑, 지식재산권 도둑질, 무역 장벽 등을 동원해 우리 기업들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우리 동맹국과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재정 부양책과 관련해선 “크게 행동하겠다(act big)”고 말했다. 옐런은 “대통령 당선인과 나, 둘 중 누구도 국가 채무 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부양책을 제안한 게 아니다”며 “금리가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현명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선 부채 부담보다 경기 회복에 따른 편익이 클 것이란 얘기다. “오랫동안 고생해온 사람들을 돕는다면 그 혜택이 비용을 크게 초과할 것”이란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옐런은 “일단 팬데믹(대유행) 사태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와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재정 지원 방안을 가급적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수차례 언급했다. 옐런은 “인프라와 인적 자본,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옐런은 21일 상원 전체회의에서 무난하게 인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포괄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서다. 인준안이 통과되면 옐런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재무장관을 모두 지내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