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된 미국과 유럽이 백신 공급 부족으로 접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백신을 맞고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대도시의 의료기관이 첫 접종자들의 두 번째 접종 예약을 무더기로 취소했으며 뉴욕대병원 등은 기존에 잡힌 첫 번째 접종 일정을 전부 보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백만 명의 시민이 첫 접종에 나선 가운데 지난달 첫 회분을 접종한 사람들의 두 번째 접종 시기가 도래하며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에 백신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접종 속도를 높이면서 백신 수급이 꼬이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현재 배포된 백신은 1230만 회 접종분이며 한 차례 이상 접종한 인구는 1060만 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뉴욕에서는 다음주 백신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 비축분을 출고하기 시작해 재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주 정부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백신 비축분은 없지만 2차 접종용 백신이 충분히 생산될 것으로 본다”며 진화에 나섰다.

유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백신을 예상보다 적게 공급받자 일부 국가가 백신 제조사들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북유럽 보건장관들은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업체에 공동서한을 보내 “물량 부족과 불분명한 배송 일정을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U 27개 회원국 중 3분의 1가량이 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화이자는 2월 초까지 수송에 일시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지만 2분기엔 생산량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노르웨이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29명이 부작용을 겪었고, 접종 뒤 발생한 사망자 23명 중 13명은 부검 결과 백신 접종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에선 요양원 거주자 한 명이 접종 두 시간 만에 숨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