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 종료 시점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Fed가 매달 1200억달러씩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는데, 가까운 시일 내 축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와 화상으로 진행한 대담을 통해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배운 교훈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너무 빨리 끝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긴축 발작’의 재발을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자산 매입의 점진적 축소를 검토하기 한참 전에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며 “그 시점이 다가오면 온 세상이 알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에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급등세를 타자 Fed가 당초 예정보다 서둘러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현재 고용 등 경제 상황이 목표와 멀리 떨어져 있다”며 “우리 임무를 확실히 끝내기 전까지 통화정책 도구를 분명히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Fed의 정책 목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실업률과 2.0% 이상의 인플레이션이다. 작년 12월 기준 미국 실업률은 6.7%, 물가 상승률은 1.4%였다.

파월 의장은 또 “기준금리를 올릴 때가 되면 틀림없이 그렇게 하겠지만 그 시기가 가깝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의 제로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란 시장 전망과 일치하는 발언이다. 물가 상승의 사전 경고 신호로 여겨지는 실업률 하락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이나 다른 불균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기준금리를 올릴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이 그동안 견지해온 비둘기파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이달 26~27일로 예정된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정책이나 가이던스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