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결된 제품만 2억대…가성비 무기로 사물인터넷 강자 부상
자금 차단 우선 초점…홍콩 상장사여서 즉각 '증시 퇴출'은 해당 안 돼
'착한 가격' 샤오미는 왜? 미국의 제재 표적이 된 이유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가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로 위기에 처하자 빈자리를 빠르게 차지하는 듯했던 샤오미(小米)까지 미국 정부의 제재 목록에 올랐다.

미국 국방부는 14일(현지시간) 9개 중국 업체를 '중국군 연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는데 이 중 가장 눈길이 가는 대상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착한 가격'의 스마트폰 제조사로 널리 알려진 샤오미다.

중국에서 아이폰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0년 레이쥔(雷軍)이 설립한 샤오미는 여전히 스마트폰이 주 사업이지만 인공지능(AI) 스피커, 공기청정기, 스마트TV 등 다양한 전자 제품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매출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작년부터 부쩍 강화된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전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된 가운데 샤오미는 사세를 빠르게 키우는 중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비보, 오포에 이어 업계 4위인 샤오미는 작년 3분기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한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출하량을 늘린 회사다.

이에 따라 작년 3분기 기준 샤오미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의 9.0%에서 12.6%로 3%포인트 이상 올랐다.

그간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대상 제재는 주로 5G, 인공지능(AI) 등 미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에서 첨단 기술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중국 안팎에서 시장 영향력을 넓힌 샤오미가 새 제재 대상이 된 것이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샤오미는 유럽, 동남아, 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 안착한 몇 안 되는 중국 브랜드라는 점에서 미국 정부의 '요주의 대상'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중국 기업은 거대한 자국 시장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드웨어와 인터넷 분야를 막론하고 해외로 나가 시장에 안착한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은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 PC 제조사인 레노버 등 일부 손에 꼽을 정도다.

그간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만든 스마트 기기나 인터넷 플랫폼의 고객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흘러 들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 기업 제재의 주요 논리적 근거로 내세웠다.

따라서 샤오미가 스마트폰 외에도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 TV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물인터넷 제품을 공급한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점도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한 원인이 됐을 수 있다.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제외하고도 샤오미가 자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 공급한 다양한 인터넷 연결 기기는 이미 2억대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샤오미의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LED 스탠드, 선풍기, 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 제품이 이미 많은 가정 안에 들어와 있다.

미국 정부의 이번 제재의 초점은 우선 샤오미로 미국 투자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11월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11월까지 샤오미 주식을 처분해야 해 일정 기간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올 수밖에 없어 샤오미 주가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15일 홍콩 증시에서 샤오미 주가는 장중 11% 이상 폭락했다.

다만 샤오미는 많은 유망한 중국 기술주들과 달리 미국 증시가 아닌 홍콩에 상장돼 상장 폐지처럼 즉각적인 충격이 닥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 국방부 지정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즉각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아울러 샤오미는 아직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 목록에는 오르지 않아 당장 외부에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조달하는 데에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