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미국 하원에서 두 번의 소추안이 통과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5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시위대의 유례없는 의회 난입사태를 선동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원은 본회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2명, 반대 197명의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222명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10명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하원은 소추안에서 지난 6일 의회 난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에게 의회 난입 등 직접 행동을 명령한 것은 아니지만, 연설을 통해 '맹렬히 싸우지 않으면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군중들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하원에서 처리된 것은 2019년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하원은 전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토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223표, 반대 205표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 찬성으로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부통령이 대행하도록 허용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에 공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펠로시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8일 남았다"고 지적하면서 수정헌법 25조 발동이 "국익에 최선이거나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은 이제 상원으로 바통이 넘겨졌다. 하원은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이관하는 한편 상원의 심리를 담당할 탄핵소추위원을 지정해야 한다. 하원은 표결에 앞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상원으로 탄핵소추안을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전에 상원 심리를 진행해 탄핵 여부에 대한 결론까지 내리기 위해 최대한 빨리 긴급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상원 탄핵 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그의 공직 재출마를 막는 별도의 표결을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민주당의 긴급회의 소집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상원에서의 절차가 이번 주에 시작돼서 신속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최종 평결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초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100석의 3분의 2 이상인 6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은 공화당 51석,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 48석, 공석 1석이다. 따라서 통과를 위해선 민주당 의원 전체의 찬성표에 공화당 의원 최소 17명의 이탈표가 필요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표가 나왔던 하원 표결처럼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20명 정도가 탄핵에 찬성할 수도 있다"면서도 "공개적으로 탄핵안에 찬성하겠다고 나선 이는 아직 없다"고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