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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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VISA)가 핀테크 스타트업 플레이드 인수를 접었다.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법을 근거로 인수를 막아선 영향이다. 앞서 일각에선 비자가 플레이드를 인수하면 핀테크 업계 지각변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모두 없던 일이 됐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자는 플레이드와의 상호 협의 하에 플레이드 인수를 포기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플레이드 인수를 발표한지 일년만이다.

비자는 작년 1월 53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 플레이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플레이드와 협의 후 인수 절차를 밟고 있었으나 작년 10월 미 법무부가 이를 막아섰다. 미 법무부는 세계 최대 결제 서비스 기업인 비자가 플레이드를 인수할 경우 모바일플랫폼 결제시장까지 사업 지배력이 커져 온라인 직불카드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사업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비자는 당초엔 정부와 법정다툼에 나설 예정이었다. 오는 6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 재판이 예정되어있었으나 최근 방침을 바꿨다. 알 켈리 비자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플레이드 인수 의사를 밝힌지 이미 꼬박 1년이 지났는데, 복잡한 소송이 완전히 끝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켈리 CEO는 "비자와 플레이드는 앞으로 서비스 협력 관계를 가꿀 가능성이 있다"며 "비자가 인수 결정 전에 받은 플레이드 소수 지분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드는 이용자 은행계좌를 제3자에게 연결해주는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여러 핀테크 앱과 은행 계정을 연결해준다. 예컨대 온라인 송금 앱 사용자가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다른 사람의 계좌로 돈을 송금하려 할 때 플레이드의 API는 송금 앱에 입력된 명령을 암호화해 은행에 전달하고, 다시 은행 계좌 내 정보를 송금 앱에 돌려보내는 통로 기능을 한다.

WSJ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금융앱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와중에 이번 결정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플레이드는 코로나19 이후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비자 인수 뉴스도 호재였다. 재크 페렛 플레이드 CEO에 따르면 플레이드가 비자에 인수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플레이드 유료 고객 수는 60% 이상 증가했다. 페렛 CEO는 "법무부 소송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비자 입장에선 성장동력 투자길이 막히게 됐다. 플레이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은행 1만곳과 연결돼 있다. 글로벌 주식거래 서비스 로빈후드, 미국 송금 앱 벤모,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이 플레이드 플랫폼을 이용한다. WSJ는 앞서 "비자의 플레이드 인수는 돈이 많이 들지만 꼭 필요한 투자"라며 "점점 커지는 디지털 결제시장에서 발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11월엔 마스터카드가 플레이드와 비슷한 핀테크 스타트업 피니티를 인수했다. 미 법무부는 이 건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마스터카드는 온라인 직불거래 시장에서 비자보다 점유율이 훨씬 적다"고 WSJ에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