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양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투자 금지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1조3820억달러(약 1500조원)에 이른다. 미국 정부가 투자 금지 대상에 포함할 경우 글로벌 증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미국인, 텐센트·알리바바 투자 안 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국방부가 재무부와 함께 최근 몇 주간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 확대 방안을 논의해왔다”며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대해서도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뉴욕증시와 홍콩증시에, 텐센트는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다. 두 기업은 중국의 대표 기업으로 글로벌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블랙스톤, 뱅가드그룹 등 대형 펀드회사도 이들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경영을 통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블랙리스트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대형 통신회사들과 보안기업 하이크비전 등 31개사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후 작년 12월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중신궈지(SMIC)와 중국해양석유(CNOOC) 등 4개사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알리바바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상장 폐지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일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최근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 등 중국 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앱 8개와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이날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이동통신사를 상장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NYSE는 최근 이들 기업에 대해 퇴출을 결정했다가 철회한 뒤 또다시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NYSE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새 지침에 따르기 위해 결정을 재차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OFAC의 지침은 중국군 연계 기업에 대한 미국인 투자를 금지하는 작년 11월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 조치다. 미국인들은 오는 11일부터 이들 3개사의 거래에 관여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블룸버그통신은 “NYSE는 지침 변경을 이유로 들었지만, 다시 결정을 번복한 것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스테이시 커닝햄 NYSE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를 걸어 당초의 상장 폐지 결정이 뒤바뀐 데 대해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도 관여했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불합리한 억압을 중단하라”며 “상장 폐지 조치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 정치 세력이 근거 없이 외국 기업을 억압하는 것은 미국의 법규와 제도의 임의성 및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과 이미지, 국제 투자시장에서 미국의 지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