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앞으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전에 시장에 충분한 신호를 주기로 했다. 급작스러운 양적완화 종료 선언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견고한 경기 회복이 나타날 때까지 현재 수준의 자산 매입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지난해 12월 15~16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금융시장이 자산 매입 축소와 같은 정책 변화에 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실질적인 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다면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Fed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작년 6월부터 매달 국채를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을 400억달러씩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FOMC 위원들이 ‘시장 신호’를 중시하는 것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자산 매입 축소를 갑자기 발표했을 때 발생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의 재연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Fed가 별도의 힌트를 주기 전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위원들은 “최소한 지금 규모로 자산 매입을 지속하는 게 적절하다”며 “매입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밝혔던 “고용과 물가 측면에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겠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위원들은 작년 여름 이후 강하게 반등한 실물경제가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갑자기 둔화될 조짐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백신이 대량 보급되고 있어 올 하반기엔 ‘예상보다 나쁜 경기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줄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FOMC 위원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화상으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 참석해 “통화정책은 꽤 상당 기간 완화적인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에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자산 매입 정책을 바꾸기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준 총재도 “2.0%의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려면 향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