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사당을 완전히 점령한 트럼프 지지자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의회의사당을 완전히 점령한 트럼프 지지자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난입한 자신 지지자들을 '애국자'라고 치켜세우는 등 혼란을 부추긴 것과 관련, 미국 정계에서는 정파를 넘어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역사는 오늘 의회에서 일어난 폭력을 올바르게 기억할 것"이라며 이번 의회 난입 사건을 "합법적 선거 결과를 두고 근거 없이 계속 거짓말을 한 현직 대통령이 선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지지자들이 수도에서 시위를 벌이다 의회에 난입하자 해산을 권유하면서도 이들을 "위대한 애국자"라고 칭하거나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은 매우 특별하다"라고 치켜세우고 선거 사기 주장을 이어갔다.

트위터는 해당 트윗 접근을 차단하고 트럼프 대통령 계정을 12시간 중단 조치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사태를 두고 "우리 국가에 엄청난 불명예이자 수치"라고 개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성명을 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우리 의회와 헌법, 국가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에 직면했다"며 "이번 공격은 4년이 넘는 기간 잘못된 정보의 의도적 확산 등 정치를 오염시킨 행위로 촉발됐다"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장 열렬한 조력자들이 이런 (오염의) 경기에 불을 붙였다"며 "선거는 자유로웠고 개표는 공정했으며 결과는 최종적"이라고 언급했다.
빌 클린턴(왼쪽), 조지 W. 부시(중앙),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미 대통령 [사진=EPA 연합뉴스]
빌 클린턴(왼쪽), 조지 W. 부시(중앙),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미 대통령 [사진=EPA 연합뉴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 민주주의가 수치스러운 공격을 받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에드 마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회에서 펼쳐진 쿠데타의 책임이 있다"며 "그는 파시스트이자 우리 국가에 직접적 위협"이라고 했다. 이어진 트윗에선 "도널드 트럼프를 탄핵하라"라고 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구성원에게서도 비판이 나왔다. 짐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의회에 대한 오늘의 폭력적인 공격은 폭도의 규칙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배하려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조장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날 의회 난입자들을 옹호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인의 신뢰를 오용하고 그를 지지한 사람들의 신뢰를 남용했다"라는 비판을 보냈다.

앞서 이날 미 의회의사당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의회 회의가 열리고 공식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 사태로 긴급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에 불복한 상태라 이번 회의는 법적으로 당선인 확정의 마지막 관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종지부를 찍는 날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총격 사망자까지 발생할 정도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빚어지면서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고 화합을 꾀해야 할 자리가 폭력과 충돌 속에 반목과 분열만 여지 없이 드러내는 장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 "이날을 영원히 기록하라"고 올리는 등 부정선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의 권위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쿠데타와 폭동을 환기시키시키는 놀라운 장면이었다"며 "4년간 적대와 분열로 휘저어놓은 대통령직이 분노, 무질서, 폭력의 폭발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혹평했다.

AP통신은 "1954년 총격을 포함해 의사당 건물에는 수세기 동안 시위와 폭력이 있었다"면서도 "이날 사태는 합법적 대선 결과를 전복하려는 목표였다는 점에서 경악스러운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의회의사당 모습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 의회의사당 모습 [사진=EPA 연합뉴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