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업체 아너(중국명 룽야오·荣耀)가 미국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장착한 5세대(5G)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분사로 인해 화웨이에게 가해진 미국의 제재를 피하게 된 덕분이다.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은 7일 중저가 스마트폰 전문 기업인 아너가 퀄컴의 AP를 활용한 5G 스마트폰을 오는 5~6월께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가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아너는 지난해 11월 화웨이로부터 분사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승인 없이는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를 살 수 없는 제재를 지난해 9월부터 받고 있다. 이 제재는 화웨이가 세계 1위로 평가받는 통신장비와, 삼성전자에 이어 판매량 기준 세계 2위인 스마트폰에 적용된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를 주로 대만의 반도체 수탁생산업체(파운드리)인 TSMC에 발주해 조달해 왔다. 미국의 제재로 TSMC에 발주하는 것도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하이실리콘이 미국산 반도체 설계 프로그램을 쓰지도 못하게 되면서 차세대 칩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화웨이는 이에 스마트폰 판매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아너를 분사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핵심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지자 고가 스마트폰에 집중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화웨이의 본사가 있는 선전시정부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1000억위안(약 17조원)에 아너를 사들였다.

퀄컴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 이후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 4G(4세대) 칩을 공급해 왔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이 회사는 미 정부에 반도체 추가 공급 허가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아너에 5G 칩 공급을 하게 되면서 퀄컴의 매출 감소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는 평가다.

아너와 퀄컴은 모두 화웨이에 적용됐던 제재가 아너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퀄컴 측은 "이미 상대방을 잘 아는 상황에서 협력하게 돼 업무 진행이 순조롭다"고 말했다. 아너는 분사 직후 기존 화웨이와 거래했던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트기 위해 영업망을 가동했으며, 지난달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우즈10 사용 계약을 맺기도 했다.

다만 아너가 화웨이처럼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시장분석업체 캐널리스는 "미국 정부가 아너를 추가로 제재하면 화웨이처럼 핵심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