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서 ‘꿈의 직장’ 중 한 곳으로 꼽혀온 구글의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 가운데 노조가 생긴 것은 구글이 처음이다. 다른 빅테크 기업에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산할지 주목된다.

“차별·보복 없애겠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파룰 카울 노조위원장과 추이 쇼 부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게재해 ‘알파벳 노조(Alphabet Workers Union)’ 설립 사실을 알렸다. 카울 위원장은 기고문을 통해 “현재까지 226명이 가입원에 서명하면서 법률에 따른 공인 교섭단체인 노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빅테크 1호' 구글 노조에…실리콘밸리 긴장
그는 설립 배경에 대해 “구글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등에서 경영진에 무시당했다”며 “우리는 근로자들이 학대와 보복, 차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공정한 임금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없어야 IT 기업이 더 혁신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차별과 괴롭힘 문제는 계속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북미의 모든 직원을 비롯해 계약·파견직, 협력업체 근로자도 알파벳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총보수의 1%씩을 회비로 걷어 노조 간부 급료 지원, 각종 행사 개최, 조합원 소송 지원, 파업 시 임금 손실 보전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사측과 당장 임금 및 근로조건 협상에 나서는 게 아니라 향후 시위를 대비해 조직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알파벳 노조는 미국과 캐나다의 통신 및 미디어 부문 근로자를 대표하는 미국통신노동조합(CWA)과 연대했다.

‘노사갈등’ 촉발…실리콘밸리 주목

IT업종은 제조업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역사가 짧은 데다 노조 활동이 미미하고 근로자들의 시위 및 파업도 드물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글 직원들의 이 같은 행보는 이례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특히 대기업인 구글에서 노조가 처음 결성됐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의 반독점 소송으로 궁지에 몰린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은 새로운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노조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각종 판단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업계 전반에 걸쳐 비슷한 움직임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의 노조 설립은 최근 몇 년간 직원들이 벌인 전례없는 시위가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수천 명의 구글 직원은 사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회사의 대처, 미 국방부와의 협력사업 정당성 문제 등을 놓고 사측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고 종종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엔 회사 측이 노조 준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직원들의 컴퓨터에 엿보기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민감한 사내 정보를 외부에 폭로한 직원들이 보복성 해고를 당하는 등 사측이 일부 직원을 억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글은 그동안 각종 이슈에 합법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입장이다. 노조 출범 소식에 회사 측은 “우리는 항상 그래왔듯 모든 직원과 직접 소통할 것”이라며 노조와 협상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라 실버스타인 인사책임자는 성명을 내고 “보람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